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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드 미드나잇

모든 것이 다 피곤해, 음악만 빼고.
ㅡ 데일 터너, 라운드 미드나잇

 

저기까지 걸어 가려면 좀 더 긴 밤이 필요해 이 답 없는 이야기가 어찌 풀릴 것인지 궁금해 하던 사이 그들은 조금 나은 집으로 이사를 갔다 모든 이를 위한 두 사람만의 붉은 방은 감은 눈을 파고 들어올 만큼이었고 액자 속의 트럼펫은 저 홀로 퍼덕대다 참다 못해 소리를 내지르기 시작했다 저기까지 가려면 좀 더 많은 어둠이 필요해 저 허공에 걸린 텔레비전 속으로 가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유령이 떠도는 집에서 온갖 기괴한 일들이 벌어지는 동안에도 총성이 울려퍼져도 졸음은 보슬비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흥겨운 모임이 열리는가 싶더니 화창한 바닷가 모랫벌에 나는 앉아 있었다 ㅡ 오직 먹고 자며 침식에 침식당한 가을과 겨울의 나날 ㅡ 그래도 한참 안온하지 않았던가 영화로운 꿈에서 깨어나 담배를 피우러 창가에 갔다 창문 너머 어둠 너머 허공에 등불 하나 켜져 있어 그곳까지 걸었으면 싶었다 더 많은 빛이 필요해 판은 튀어 제자리를 돌고 내 가슴은 담배연기 속을 빠져나오지 못했으나 또, 또또 불을 켤 것이다 라운앤라운앤라운… 소득없이 밤은 뽀얗게 얼어붙은 채 제자리를 돌고

 

mister.yⓒmisterycase.com, 2002. 11.

무치

데.호따.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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