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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처럼 비루한 영원

시는 스님께서 서기 760년 쯤에 쓴 것이고요, 그럼 그 가지는 어디쯤 있었던 걸까요. 어리석은 현장검증에 착잡했던 여름날을 기억합니다. 절터가 있던 낮은 산길을 걸을 적에는 생각지 못했습니다만 피리를 불어 달을 밝히던 스님, 그에게서 시가 된 그 일이 실제론 일어나지 않았으리란 상상을 가끔 합니다. 그럼 그 시는 아주 오래된 화두이거나 또는 그날에서 오늘까지, 수천년까지의 수많은 어느 날을 위해 준비된 의미심장한 메시지 같은 것일테지요. 그리하여 나는 하염없이 마음 속에 마음을 옮겨 쓰며 그것들이 다른 글자들로 이루어진 같은 문장이 될 날의 꿈을 꾸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글자 한자 쉼표 하나 다르지 않게 그것이 똑같은 문장이 되어도 같은 사연은 결코 아니겠지요. 어떤 이가 들려줬던 삐에르 메나르의 돈키호테처럼요. 정말이지 분명 다른 이야기일 거예요. 만약 제대로 베껴 쓰지 못한다면 오늘처럼 비루한 영원을 까마득히 잊은 채 하루살이로 지내다 말 것입니다. 꿈인지 生인지 분별키 힘든 아주 아주 긴 하루를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시는 스님께서 서기 760년 쯤에 지으신 말씀이고요, 그 몇줄 되지 않는 글을 나는 아직 옮겨 쓰지 못했어요. 가을 이른 바람에 날아간 잎새는요.

 

 

/2015. 11. 11.

무치

데.호따.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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