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병에 쪽지를 넣어 바다에 던졌지.
하지만 그게 끝내 발견됐는지는 알 수 없었어.”
— 영화 <사일런트 러닝>(1972)
조류에 떼밀려간 병속의 편지처럼
읽히지 않은 오늘,
다시 쓰는 숨겨진 이야기
나는 알지 못하고
나는 안다 —
아무도 읽지 않은 글만이
마침내 남겨진 사연인 것을
2025. 9. 23.
쓰고, 다음 날 병에 넣어 띄우다.
“…어렸을 때 병에 쪽지를 넣어 바다에 던졌지.
하지만 그게 끝내 발견됐는지는 알 수 없었어.”
— 영화 <사일런트 러닝>(1972)
조류에 떼밀려간 병속의 편지처럼
읽히지 않은 오늘,
다시 쓰는 숨겨진 이야기
나는 알지 못하고
나는 안다 —
아무도 읽지 않은 글만이
마침내 남겨진 사연인 것을
2025. 9. 23.
쓰고, 다음 날 병에 넣어 띄우다.
: 사양했어야 할 거스름돈에 담긴 짧은 이야기
샌드위치는 달았고, 감자튀김은 늘 짰어. 나는 냉장고에 매콤한 스리라차 소스를 챙겨두어야 했지. 하지만 두어 달에 한번, 나는 점심을 먹고도 한참 많이 남은 샌드위치를 아이들에게 갖다 주곤 했어. 하지만 오늘, 키오스크는 전원이 빠져 있었고, 더 이상 콜라도 없었어. 세트 메뉴가 되질 않아 나의 마지막 주문은 샌드위치 셋이었지. 가게 벽에 붙어있는 형형색색 포스트잇에 적힌 낙서들이 안타까웠어. 이 모든 애정과 지지가 낙엽처럼 떨어지는 환영에 맞딱뜨린 순간이었지. 1년 365개의 마지막 잎새를 그녀는 보았을지도 모를 일이지. 감자튀김은 그녀가 억지로 넣어줬어. 생각없이 받은 거스름돈을 그 순간부터 후회했지. 천원 지폐와 동전 하나일 뿐이었는데 돌아오는 동안 그들이 주머니 속에서 나를 닥달하며 짤랑거렸어. 샌드위치 하나와 감자 몇 조각만 먹었어. 내일은 문 닫는 날, 벼랑 끝의 그녀는 대출로 새로이 치킨집을 계획한다고 했어. 거리가 좀 멀지만 나는 한 두 번 가긴 할 거야. 누구에게든 흐릿한 내일, 다만 온종일 짤랑대던 내 주머니가 더 이상 부끄럽지 않을 날을 기다릴 뿐이지.
/2025. 9. 19.
: 각성의 환상
오전 11시, 주택가 편도 차선 한 귀퉁이로 폰을 들고 걷는 사내가 눈에 들어온다. 마흔 즈음으로 보이는데, 지금 뭔가 분명한 일을 하는 사람 같지는 않다. 그는 전혀 바빠 보이지 않았고, 폰 스피커에서 소리가 흘러나온다. 통화 중인가 했지만, 길 따라 걸으며 유튜브에 얼이 빠져 있다. 정치 이야기다. 특정 정당의 주장을 강하게 뒷받침하는 단어들이 어김없이 가감없이 흘러나온다. 그는 분명한 일을 하고 있고, 그는 급박하고, 그는 너무 몰두해서 맞은편에서 사람이 오는지조차 생각하지 않는다. 미래는 그의 손에 달려 있고, 어쩌면 내 미래도 그러하다.
셰인 맥고완으로 해서 알게 된 이름이었다. 그의 삶으로 해서 내 귀에 들어왔고, 그의 죽음으로 해서 내 마음에 영영 남게 되었다. 뜻밖에도 그는 우리에게도 꽤 알려져 있는데 <Once> 때문이다. 그 영화와 노래(Falling Slowly)에 대해선 덧붙일 소감이 별로 없지만…… (만약 그가 이 땅에 태어났다면 민요풍의 노래들을 막걸리風으로 껄쭉하게 노래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셰인 맥고완 장례식에서의 노래(Fairytale of New York)와 더불어 “이별주”라면 나는 오직 맥고완과 핸사드를 기억할 것이다. 보르헤스/델리아의 이별과는 많이 다르지만 누구와도 마셔본 적 없는 이별주를 대신하기에 이들보다 어울리는 노래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해리 딘과 함께, 나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언제일지 모를 나 없는 날에 더 있었으면 싶은.
/Parting Glass, Glen Hansard
/Falling Slowly, Glen Hansard : <Once>
오래도록 사랑했던 사랑 노래,
<내츄럴 본 킬러>에서의 밥 딜런 버전은 내 마음 같았지만
별 의미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참으로 절절하고 간절한 한편으로 허사와 허세 가득한 Sara처럼 말이다.
See the Pyramids along the Nile……
피라밋은 남았으나 쿠푸의 관은 뚜껑도 없이 텅 비어버렸다.
오늘날 유일하게 남아 있는 그의 유물은 7.6cm짜리 좌상 하나 뿐이다.
내 마음의 느낌도 비슷하다.
팀북투, 사바나라마, 알제리의 시장, 첼시 호텔, 열대의 폭풍……
이름도 희미해졌다.
/You Belong to Me, Bob Dylan
I’ll be so alone without you
Maybe you’ll be lonesome too
And blue
Fly the ocean in a silver plane
See the jungle when it’s wet with rain
Just remember ’til you’re home again
You belong to me
I’ll be so alone without you
Maybe you’ll be lonesome too
And blue
Fly the ocean in a silver plane
See the jungle when it’s wet with rain
Just remember ’til you’re home again
You belong to me
“I just want to tell you I love you and I miss you
Don’t forget about me. You won’t forget about me?”
“I won’t forget about you, it’s cool
No matter where he takes you, Timbouktou, it don’t matter, because it’s fate. Know?
Nobody can stop fate, nobody can”

<비우티풀>은 이상하게 보고 싶지 않았던 영화 가운데 하나였다.
욱스발(하비에르 바르뎀)의 우울한 모습도 일조를 했다.
중독, 불륜, 가난, 10여명의 사망, 얼마 남지 않은 생명, 터무니없이 어린 아이들……
너무도 극단적인 상황의 연속인 까닭에
<버드맨>과 달리 나는 도무지 감독의 주장에 설득될 수 없었다.
그리고 이냐리투의 영화는
마그리트의 화풍을 닮은 커버를 지닌 매직 크리스찬 뮤직 앨범의
노래 하나를 생각나게 했다.
루시 또는 미스터 카이트.
비틀즈의 싸이키델릭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향수어린 분위기의 이 노래는
왠지 마음 한구석을 아프게 하곤 했다.
영화와 노래에 내 마음이 겹친 듯,
뷰티풀하지 못한 어떤 이의 삶과 뷰티풀하다 알려주려 애쓰는 영화 사이에서
온종일 나는 우울하였다.
그리고 이 영화더러 아름답다고 하는 평이 심히 역겨웠다.
She feels so unhappy, she no longer cares for life
Has these thoughts of ending all her strife
The world doesn’t know her
It’s so hard and cold and cruel,
she wonders why she’s such a fool……
/Beautiful & Blue, Badfinger
지난 주 내내 어머니는 몸이 좋지 못하셨다. 기력이 심히 떨어져 거의 움직이지도 못한 때도 몇날 있었다. 누나네 다녀가고 조금 괜찮은가 했는데 어제는 아버지가 터무니없는 고집을 부리며 이런저런 작은 사고를 일으켰다. 다행이 계속되지는 않았다. 간밤에 어머니는 식체가 심하게 걸려 또 누워 계신다. 오늘도 좀 일찍 마치고 가서 어른들 살펴야 할 것 같다.
<A Passage for Trumpet>을 다시 봤다. 1960년 5월 20일에 방송된 Twilight Zone 시즌1의 32번째 에피소드로 알콜중독에 연주할 무대를 잃어버린 조이 크라운의 이야기다. 그는 낙담 속에 전당포에 트럼펫을 팔아치우고 거리로 뛰쳐나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뒤늦게 그는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일종의 ‘림보상태’ 같은 것이었다. 천사 가브리엘의 도움으로 살아 돌아온 그는 교통사고 합의금(?)으로 받은 돈으로 트럼펫을 다시 찾아와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옥상에서 혼자 트럼펫 연주하다 이제 막 객지생활을 시작한 착한 아가씨도 만났다.
흑백의 화면 속에 펼쳐지는 그립지만 모질게도 아득한 선율들…… 하지만 나로 말하자면 트럼펫을 연주할 길이 다시 보이지 않는다. 웰즈 이야기 속의 마술가게처럼 찾을 수 없는 곳 — 서글프지만 전당포는 폐업한 것도 같다. 나의 가브리엘은……
“Sometimes it’s sour, it goes down hard, but you live with it.
Yeah, it’s a nice talent you got.
To make music, to move people…… That’s an exceptional talent, Joey.
Don’t waste it.”
/A Passage for Trumpet, Twilight Zon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