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오현 스님 시를 뒤적이다 <양귀비>를 보았다. 양귀비 하면 떠오르는 이름은 또 소옥이다. 스님의 시에도 소옥이 나온다. <적멸을 위하여> 136~137페이지에 있는 시, <양귀비 마음> 아래 부분이다. Read More
[작성자:] 무치
알 메그레즈, 형광색 바다

북두칠성의 가장 어두운 별에 관한 짧은 시를 읽은 기억이 있다. 시는 무척 인상적이었지만 함께 찾아본 다른 시편들은 너무 달라서 밑줄을 긋지 못했다. 뒤늦은 아쉬움으로 잠깐 검색을 시도했지만 다시 찾지는 못했다. 어릴 적부터 늘 헷갈렸던 북두칠성에서 가장 어두운 별은 국자의 시작에서부터 네 번째인 별, 메그레즈(Al Megrez)다. 어두워서 도리어 눈에 띄는 별이다. Read More
시레니따 보빈사나
유래가 무엇인지는 짐작할 길 없어도 내 마음 깊숙한 곳엔 언제나 이런 류의 곡조가 피처럼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안다. 아마르나 시대의 이집트에 깊이 매혹되었고 치첸이차의 엘 카스티요나 엘 카라콜은 내 오랜 꿈과 기억을 불러일으켰다. 소소한 것에서 불멸의 작품까지 세상 많은 것들이 나를 솔깃하게 했지만 내 마음은 페루 남녘의 황량한 평원을 헤매이는 나그네이거나 밀림을 떠도는 화전민처럼 어찌 못할 외로움과 슬픔을 안고 있는 것 같다. 그저그런 소절을 혼자 부지런히도 따라 부르던 이름모를 뜨내기의 모습이 절로 그려진다. Read More
카프카
거기 온갖 현학적인 추론과 해설을 갖다붙여봤자
그건 본질을 흐리고 생각을 어렵게 만드는 지방덩어리일 뿐이다.
무슨 잘못을 저잘렀는지도 모른 채 당해버린 K의 소송,
그게 무엇인지 자명하니 그는 ‘안개화법’으로 흐려놓았다.
소송에서 이길 방법은 없으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싸울 수는 있다.
삶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도 알지 못한 채 당해버린 소송이다.
Entwurf는 그럴 듯한 허사일지도 모를 일,
중국 마술상자처럼 열어나간다 한들 필패의 결말이 기다리고 있지만
찌질함에서 위대함까지 선택의 여지를 지닌 삶의 매순간이다.
소송이라는 이름의 삶이다.
남천
아흔 아홉 구비 깎아 강릉 가는 새로 낸 길
일곱 개 터널 뚫은 휴게소
화장실 정원 구석에서 슬픈 듯 기쁜 듯
그렇게 만났다
/남천, 시냇물
창녕 집에 작게 프린트한 시 두편이 있다. 하나는 구절초, 그리고 다른 하나는 괴이한 제목에 몇줄 되지 않는 내 시다. 집에서 볼 적에 마당 왼편에는 구절초가 여기저기 피어 있고 햇빛 잘드는 작은 유리창가에는 박용래의 시가 있다. 내 시도 하드보드 종이에 붙여 거기 세워두었다.
대문 옆 모서리에는 남천이 빼곡히 자라 있는데 생생한 초록잎과 새빨간 열매가 푸르름을 자랑한다. 나는 오래도록 그게 남천인지도 몰랐는데 시냇물의 시 때문에 알게 되었다.
네 어디 서 있던들 내가 못 적을까
오리온이 비행하는 바람 강한 겨울밤에
어느 숲, 다시 만나더라도
활짝 웃음으로 기억해줄게
/남천, 시냇물
공교롭게도 지은이가 남천을 반갑게 맞이한 곳은 휴게소 화장실 정원 구석이었지만 “내 어디 서 있던들 내가 못 적을까”로 슬픈 듯 기쁜 듯한 마음을 이어간다. 그리고 이 시의 마지막 네 줄을 나는 몹시도 좋아한다.
우연찮게 창녕집의 그 자리도 화장실 뒷편이다. 진짜 화장실은 아니고, 마당일 밭일 하다 애매할 때 화장실로 쓰기 위해 싸리로 짧은 담장을 세워 임시로 사용했던 자리다. 지금은 그렇게는 아닌 듯 남천만 훌쩍 자라서 예쁘장한 모퉁이를 만들고 있다. 사진이나 글을 코팅하는 것을 몹시 싫어하지만 <남천>만큼은 코팅해서 이곳에 걸어두고 싶다.
다음에 내 시를 한다면 <다 녹은 초콜렛>이나 <라운드 미드나잇> 등이 될지도 모르겠다. 한하운과 정지용, 시냇물의 다른 몇몇 시편들도 떠오른다. 남천의 영문 이름 가운데 하나, Heavenly bamboo가 남천 그리는 내 마음 같다. 오리온이 비행하는 바람 강한 11월, 마지막 밤에.
2022.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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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에게 매우 송구하지만……
바깥에 둬야 하는 까닭에 글자를 크게 해야 하는데
시행이 많이 길어 부득불 열로 붙여 행을 줄였다.
우리 모두의 스완송 : Hurt
I wear this crown of thorns
Upon my liar’s chair
Full of broken thoughts
I cannot repair
/Hurt
십수년 전의 어느 날, 유튜브에서 보았던 자니 캐시의 노래는 충격이었다. 모든 사람이 가는 길에 관한 그의 노래는 말할 수 없이 인상적이어서 나는 짧은 기록(Hurt – Heart of OLD)이라도 꼭 남겨야 했다.
이 곡은 Nine Inch Nails의 1994년 앨범 <The Downward Spiral>의 Hurt를 2002년에 리메이크한 것이다. 이 노랠 듣기 전까지 나에게 있어 자니 캐시는 Ghost Riders in the Sky를 멋지게 부른 것으로 기억되는 컨트리 가수였을 뿐이다. Read More
취향, 지난 10년간의 음악듣기+
오래도록 좋아했던 케일이 세상을 떠났고, 잊지 못할 자장가를 내게 알려준 리언 레드본도 마찬가지다. 타운즈 반 잰트의 경우, 내가 그의 음악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었을 때 그는 이미 이 세상에 없었다. 많은 늙어버린 가수들의 모습이 저물어가는 시대를 느끼게도 한다. 오래도록 좋아해온 밴드와 가수들에 대해선 여전하다. 비틀즈, 밥 딜런, 핑크 플로이드에서 로이 하퍼, 도노반, 크리스티 무어에 브라질, 중남미 음악 등등…… 10대 시절부터 좋아했던 가수와 밴드들의 상당수 또한 지금은 잘 듣지 않아도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 있다. 최근의 10여년 사이에 귀를 열게 된 다른 아티스들도 꽤 많다. 탐 웨이츠, 베티 라벳, Read More
예전에 가끔 가던 곳
그곳이었다
문밖 큼지막한 바구니엔
알록달록 플라스틱 빗자루 몇 개
비를 맞고 있다
낡은 진열대는 군데군데 빈자리도 있다
오래전 언젠가는 형광등을 사러 가던 곳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