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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과의 이별

그럼 이만총총, 정말 별 볼일 없는 사람이었지요 그 노래 제목이 무엇이던지 별로 끝나는 별의별 글자 다 떠올리며 별이란 별은 모두 나의 것이라 생각한 적 있었지요 각별한 심정은 어느 별을 향하여 멀어져 갔나요 정녕 마음 헤아릴 별 수 없었나요 별유천지 비인간, 아무래도 별맛이었나 봅니다
이별이 흐릿하니 깜빡이네요 어둔 별자리엔 기약 없는 작별만 반짝이네요 별스런 일도 아니었지요 고적한 마음 하늘을 채우고 별천지 이루었어도 밤하늘이 어찌 밝을 수 있겠나요 별별 짓을 다 하고도 분별없던 이 마음 스스로 지어낸 별 서성이며 쏟아지는 대로 주워 담고 싶네요 별초군 불러다가 마저 쓸고 싶어요
정말이지 별걱정을 다 하는군요 아직도 모르시나요 청산에 별곡이거나 벽해에 별장이거나 이 별은 이별이 아니랍니다 작별은 내가 만든 별이 아니랍니다 밤마다 꿈마다 한 세상 이루었던 휘황한 별바다인들 이별은 나의 별이라던 작별은 나의 별이라던 적막한 그 빛 이제 더 볼일도 없어요

 

2001. 12. 5. 별.정직.로봇

워드프레스 에러

오늘 아홉시 무렵부터 미스터.리 케이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다운이 되었습니다.
여기저기 관련 사이트를 뒤져본 결과
문제의 원인이 된 프로그램이 게시판인 것 같았습니다.
낮에 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 에러가 발생한 것도 그때문인가 봅니다.
어찌어찌 게시판 플러그인을 중지시켰더니 사이트는 연결이 됩니다.
다만 그 결과로 게시판은 제거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현재로선 시간이 걸릴 것도 같은데 아직은 모든 것이 불분명합니다.
추후의 진척 상황은 이 글에 덧글로 붙이도록 하겠습니다.

+
다행이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고난 후 두어시간 만에 해결을 했습니다.
http error 500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상황이었는데
전문가(?)들의 처방전은 모두 실패했고 현재도 애매하게 문제를 푼 상태입니다.
또 워드프레스/게시판 전반에 걸쳐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
조만간 시간을 충분히 두고 어떤 조치가 있어야 할 듯 싶습니다.

그대로 그렇게 : a rainy night in soho

예전의 누구처럼 매일의 살아있음이 기적처럼 보이는 사람 ㅡ 그는 참으로 군더더기가 없다. 노래면 노래, 이빨이면 이빨, 술이면 술…… 그냥 끝까지 갔다. 밥 딜런이 ‘앞니 하나 빠진 듯한’ 목소리로 ‘워치타워’를 노래했다면 쉐인 맥고완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담배 피우고 술 마셔가며 노래를 했다. 가끔 마이크에 가리긴 하지만 참으로 보기 난감한 이빨 상태에 대해 숨기는 법도 없이 그대로 그렇게.

그런데 그 모습이며 목소리가 묘하게 귀를 열리게 하고 마음을 끈다. 포크와 펑크라면 참 어울리지 않는 조합같지만 이들은 그게 동전의 양면처럼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강렬한 연주 대신 섹스 피스톨즈나 클래쉬에게서 볼 수 없는 전통적인(?) 방식의 건달 음악 같은 것 ㅡ 틴 휘쓸, 아코디언, 벤조, 기타, 만돌린에 일렉트릭 기타 대신 알콜(또는 다른…)과 니코틴을 보태어 불을 붙였나 보다.

그리고 이들 건달들의 야릇한 조합은 왠지 진짜 포크, 진짜 펑크 같은 느낌을 준다. 무대 위의 외침도 아니고 숲과 계곡의 전설도 아니고 세상의 온갖 거리와 뒷골목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들’ 말이다. 마치 <바플라이>의 한 장면처럼.

‘뉴욕 동화’의 후속작 같은 느낌이 드는 ‘레이니 나잇’은 물론 소프트하지만 주정뱅이 건달 분위기의 창법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나는 이들의 음악도 좋아하지만 셰인 맥고완이라는 인물을 조금 더  좋아한다. 한때 그랬듯, 셰인 맥고완이 없는 포그스는 이빨 빠진 사자 같다. 정작 그 사자에겐 이가 없는데 ㅡ.

 

/pogues

돌지 않는 풍차

사랑도 했더라만 미워도 했더라만
마냥 제자리, 멈추어 있었다네
울기도 했더라만 웃기도 했더라만
이제 그만 잠들어버린 바람이었다네
풍차의 나라에서 튤립의 바다에서
더치 페이로 덧칠하던 사랑이었다네
라만차의 연인이 밤새 달리어와도,
산초처럼 로시난테처럼 충직한 가슴이
밤새 기다리어도 그게 그 자리
버티고만 있던 풍차
어둔 길 뒤편으로 눈물은 감추고
천둥인 양 너털웃음 보내어야 할 텐데
거꾸로 돌아가던 미련한 풍차
잠자리 날개마냥 파르르 촐싹대며 떨기만 할 뿐
미치지 않아 미칠 것만 같던
돌지 않는 풍차
돌지 않아 돌 것만 같던 빌어먹을 풍차
박치기왕 풍차 돌리기로 마구마구 돌려버려야 할
얼치기 뽕짝 같은 바보놀음 풍짜작 풍차
사랑도 했더라만 미워도 했더라만
라만차 돈 키호테 부러워서 돌아버리겠네
투비 오어 낫 투비 제멋대로 흥얼거리며
날마다 뚜비뚜와
죽느냐 사느냐 뚜비뚜와
문제를 못 풀어서 뚜비뚜와 돌아버리겠네
돌아라 풍차야 돌아버려라
돈 돈 키호테처럼 뱅뱅 돌아버려라
라쿠카라차 병정들이 전진해야 한다네
라만차 라쿠카라차 달이 떠올라오면
그리운 그 얼굴
오너라 다 덤벼라 아스라한 외침이야
그리움이 변해서 사무친 마음이야
땅을 뒤엎고 하늘 덮는다 한들
나 다시 태어나도 옛날 같이 살고 싶다한들
음……음 때는 늦으리,
때는 늦으리
늦으리라만차 돈 돈 돈 키호테
돌아라 돌아라 돌아버려라.

 

+문주란 노래.
+본문의 상당 부분을 <돌지 않는 풍차>, <동숙의 노래>, <주란꽃>, <라쿠카라차>에서 베꼈음.

Carta ao Tom / Carta do Mister… y

아직 히우에서는 올림픽이 진행중이다. 소식이야 매일같이 듣지만 그것이 내가 사랑하는 음악이 있는 나라의 제일 큰 도시에서 열렸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큰 관심을 가진 적이 없다. 그런데 오늘에사 히우 올림픽의 마스코트를 보게 되었다.  이름이 비니시우스였다. 비니시우스라면 나는 단 한 사람을 깊이 알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비니시우스의 곁에는 또다른 마스코트도 하나 있었다. 장애인 올림픽을 위한 것인데 그의 이름은 ‘통’이었다. 비니시우스와 통, 그 순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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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시인이자 외교관, 가수, 작곡가, 그리고 영화 평론가였던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와 작곡가 안토니오 까를루스 조빙이 올림픽의 마스코트로 다시 태어난 것이었다. 비니시우스란 캐릭터는 팔과 다리를 마음대로 늘이고 체력적으로 강해질 수 있지만 그런 능력은 좋은 일에만 사용할 수 있으며, 통의 머리를 덮고 있는 변화무쌍한 잎과 열매는 장애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상지한다고 한다. 지금은 ‘비니시우스와 통’을 검색하면 온통 마스코트가 먼저 나온다.

이름으로 남아 있을 뿐, 사실 마스코트에서 그들의 음악과 사연은 전혀 느낄 수도 없다. 하지만 그 이름들이, 모습이 히우의 올림픽으로 돌아왔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뭉클하였다. 그리고 마스코트로 본 두 사람의 모습은 자연스레 Carta ao Tom을 생각나게 했다.

꼬무 지지아 이 뽀에따 ㅡ 이 노래에 대해 비니시우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텅 빈 호텔 방에서 나는 톰을 그리워 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보내지 않은 숱한 편지들처럼 그에게 편지를 쓰고자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또낑요을 불러 새로운 노랠 쓸 시간이라고 했고 이제는 과거가 되어버린 멋진 보싸노바의 시대와 우리가 했던 것들을 회상했다. 그 곡의 이름은 ‘톰에게 보내는 서신 74’이다.”

1974년의 일이기도 하지만 나는 가끔 그것이 74번째란 생각도 한다. 두 사람이 “이빠니마의 소녀”를 만든 나씨멘뚜 씨우바 거리 107번지 ‘통’의 집에서 엘리제찌 까르도주를 위해 “깊은 사랑의 노래”를 쓰던 시절에 관한 이야기다. 이 곡의 피아노 전주는 노래 가사 속에도 나오는 ‘헤덴또르(예수상)’가 있는 언덕의 이름 ㅡ “꼬르꼬바두”의 주제부를 상큼하게 차용하고 있다.

Ah que saudade…… 그들의 음악과 그들이 활동하던 시대를, 그리고 내 귀가 온통 브라질을 향해 있던 시절을 그들처럼 그리워하며 나도 편지를 쓴다. 2분 36초의 시간을 하염없이 늘여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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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곡은 오리지널이고 두번째는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가 세상을 떠난 후 이루어진 추모 라이브 앨범에 수록된 것이다. 원곡처럼 산뜻하고 상큼하지는 않지만 그 어떤 공허감을 나는 알고 있다. (1974년 이후 조빙은 자신에게 온 편지에 답을 붙였고 그래서 Carta ao Tom / Carta do Tom으로도 불리우곤 했다.)

++비니시우스와 통. 그런데 파서의 발음으론 좀 그래서 그냥 ‘통’으로 했다. 내가 들은 바로는 ㅌ과 ㄸ의 가운데쯤, 그리고 통과 토의 가운데쯤(비음)인 듯 싶다.

당나귀와 떠난 여행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원유경 옮김, 새움

 

적어도 나는 내 자신을 위한 새로운 즐거움을
하나 찾게 된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의 고독에 고양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곧 이상한 결핍을 깨닫게 되었다.
― 소나무 숲에서 보낸 하룻밤, 스티븐슨

 

비박(프;bivouac, 독;biwak) 또는 빈티지(영;vintage) 같은 단어들은 묘하게도 우리말과 외래어가 비슷한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여러모로 독특한 느낌을 풍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단어들의 매력을 새삼 느끼게 한 것이 바로 스티븐슨의 여행기였다.

좀 엉뚱한 시작이 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책의 장정이 참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양장도 아닌 단순한 하드커버의 제본은 이 책을 뻔질나게 들고 앉은 것이 아님에도 벌써 여기저기 갈라지고 있다. 게다가 겉멋이 많이 들어간 듯한 조판은 안쪽 여백이 지나치게 많고 바깥은 거의 여백이 없는 지경이 되어 책에 집중하기 어려웠다.(내가 까다로운 것인지 가끔씩 눈은 산만하게도 책 바깥을 향하곤 한다.)

스티븐슨의 단출한 여행을 생각할 때 그것은 어쩐지 이율배반적인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스티븐슨의 짧은 여행과 그 여행에 관한 기록, 그리고 그의 삶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스티븐슨이 1878년 당나귀 한 마리를 사서 여행과 노숙에 필요한 장비를 싣고 프랑스 남부 외지에 위치한 세벤느 지방을 여행한 12일간(1878년 9월 22일에서 10월 3일까지)의 기록이다.

별다른 극적인 사건도 없지만 소박한 느낌과 더불어 세벤느 지방의 역사와 종교적 분위기, 그리고 여행의 단상들이 잘 묘사되어 고산 오지의 상큼한 기운을 느끼게 한다.

<늑대의 후예들>이라는 영화의 무대가 되기도 했던 제보당 지역(그 자신도 늑대 괴물에 대한 전설 때문에 숙소를 구하지 못해 고초를 당하기도 한다)에 대한 이야기도 꽤 흥미롭고 이런저런 종교적인 역사와 그에 따른 에피소드들도 많은 것들을 생각케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스티븐슨의 여행기는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할 자유로움을 한껏 누렸던 한 사람의 섬세하고 사려깊은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날은 잠자리를 구하지 못해 애매한 장소에서 비박을 하고, 어떤 날은 누추한 여인숙에서 잠을 잤으며, 또 수도원에 잠시 머무는 동안 수도사와 논쟁을 하는 등 그의 12일은 다양한 경험과 자유로움의 연속이었다.

그래서인지 1903년 이래 숱하게 많은 사람들이 그와 비슷한 채비로 그의 길을 따라 여행을 하였고, 그것은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나로서는 당장에라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비박에의 유혹’이 제일 컸다.)

스티븐슨은 44년의 짧은 생애를 통해 끊임없이 여행하며 꽤 많은 작품들을 남겼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삶 자체가 가장 인상적인 것이었다.

특히나 오래도록 미국대륙을 방황한 끝에 다시 만난 11세 연상의 이혼녀 패니 오스본과의 결혼 ― 세벤느 여행 자체가 패니 오스본이 남편의 강요로 영국에서 캘리포니아로 돌아간 후에 이루어졌다 ― 은 그 절정이었으며, 하와이와 사모아에서의 말년 또한 그러하였다. 그의 삶이 너무 짧았음에 안타까움이 많지만 그 삶이 결코 짧지 않을 만큼 그는 살았다. “여행을 꿈꾸는 것이 그곳에 도착한 것보다 낫다”던 언급 또한 그 자신이 대단한 여행가였기에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이었다.

 

나는 별빛 아래서 내 가까이에 누워 있을 동반자를 소망했다.
언제든지 손이 닿을 수 있는 거리에서 침묵하고 있는 동반자를.
거기에는 심지어 고독보다도 더 조용한 친교가 있다.
모든 것이 가볍게 이해되는 완전한 고독이.
그래서 사랑하는 연인들이 문밖에서 지내게 된다면,
가장 완벽하고 자유로운 삶이 되는 것이다.
― 소나무 숲에서 보낸 하룻밤, 스티븐슨

 

이 마지막 두 줄에 있는 절실함이 어떤 것인지를 깨닫는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렇게 했다.

 

 

/2005. 7. JJ.Lee ⓒ

원일점

아무렴,
기약 없음과 하염없음이야
내가 말할 수 있는 모든 것
내 마음 어딘가에 묻어둔 뼈가 있어
나날이 새겨가던 그리움이라
마디마디 사무치던 옛 하늘의 기록처럼
깎듯이 달이 차고
기울어 가고

 

 

/2000. 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