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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ntral do

오랫동안 못 부칠 편지만 써왔습니다.
모든 것이 그립다지만+ 전하지 못할 마음만 그리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짧은 편지 또한 진실과 그럴 듯하게 꾸며낸
또다른 진실 사이의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피치 못할 마음의 한가운데,
하지만 애써 한켠으로 비켜 두근대는
내 마음의 正中央입니다.

 

2024년 1월 4일
돌아가지도 속하지도 못한 시간과 기억의 변방에서,
무치.

 

 


Central do Brasil, Central do Meu Coração

 

 

+ 사진보다 더 오래 간직할 수 있는 것은 사진을 찍었던 기억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갖지 못한 사진보다 더 선연한 무엇인가를 그리고 싶었다.
중앙의 앙(央/㡕)은 ‘선명한 모양'(훈독 ‘영’)을 뜻하기도 하며
어떤 이유에선지 영상의 영映은 ‘희미하다’는 뜻(훈독 ‘앙’)도 가지고 있다.
서두의 두 줄은 Central do Brasil 끝대목에 나오는 도라의 편지 일부를 변용하였다.

 

조슈에, 오랫동안 누구에게도 편지를 써본 적이 없었는데, 지금 이렇게 너에게 편지를 쓴다. 네 말이 맞아. 너희 아버지는 분명히 나타나실 거고, 네가 말한 그 좋은 분이 틀림없을 거야. 나도 우리 아버지가 나를 데리고 자신이 운전하는 기관차를 태워주셨던 기억이 있어. 아버지는 어린 소녀였던 내게 기차의 경적을 여행 내내 울릴 수 있게 해주셨지. 네가 앞으로 커다란 트럭을 몰고 길을 달릴 때면, 네가 처음 운전대를 잡게 해준 사람이 나였다는 걸 기억해줬으면 해. 그리고 네가 형들과 함께 있는 게 너한테 더 좋을 거야. 내가 줄 수 있는 것보다 너는 훨씬 더 나은 걸 받을 자격이 있어. 언젠가 내가 생각나면, 우리가 같이 찍은 사진을 한번 들여다봐줘. 이렇게 말하는 건 언젠가 네가 나를 잊어버릴까 봐 두려워서야. 나도 아버지가 그립고, 모든 것이 다 그리워. 도라.

Josué, Faz muito tempo que eu não mando uma carta pra alguém. agora eu to mandando essa carta pra você. Você tem razão. seu pai ainda vai aparecer e, com certeza, ele é tudo aquilo que você diz que ele é. Eu lembro do meu pai me levando na locomotiva que ele dirigia. ele deixou eu, uma menininha, dar o apito do trem a viagem inteira. Quando você estiver cruzando as estradas no seu caminhão enorme, espero que você lembre que fui eu a primeira pessoa a te fazer botar a mão no volante. Também vai ser melhor pra você ficar aí com seus irmãos. você merece muito muito mais do que eu tenho pra te dar. No dia que você quiser lembrar de mim, dá uma olhada no retratinho que a gente tirou junto. Eu digo isso porque tenho medo que um dia você também me esqueça. Tenho saudade do meu pai, tenho saudade de tudo. Dora.

우리 모두의 스완송 : Hurt

I wear this crown of thorns
Upon my liar’s chair
Full of broken thoughts
I cannot repair
/Hurt

 

십수년 전의 어느 날, 유튜브에서 보았던 자니 캐시의 노래는 충격이었다. 모든 사람이 가는 길에 관한 그의 노래는 말할 수 없이 인상적이어서 나는 짧은 기록(Hurt – Heart of OLD)이라도 꼭 남겨야 했다.

이 곡은 Nine Inch Nails의 1994년 앨범 <The Downward Spiral>의 Hurt를 2002년에 리메이크한 것이다. 이 노랠 듣기 전까지 나에게 있어 자니 캐시는 Ghost Riders in the Sky를 멋지게 부른 것으로 기억되는 컨트리 가수였을 뿐이다. Read More

노매드랜드 : see you down the road!

커브를 돌면 절벽이 나오는데
수백 마리의 제비 둥지가 절벽에 붙어 있었어.
온 사방으로 제비가 날면서 물에 비치는데
마치 내가 제비와 함께 나는 것만 같았지.
내 밑에도 있고 내 위에도 있고 내 주변 모든 곳에 있었어.
제비 새끼들이 부화하면서 알껍데기들이 둥지에서 떨어져
물에 둥둥 떠다녔어.
작고 하얀 껍질들 정말 멋있었어.
이제 충분하다고 느꼈어.
/스웽키, 노매드랜드. Read More

다시 내 손에 : the beatles ballads

the beatles ballads 앨범에 대하여 쓴 글을 찾아보니 그걸 쓸 때만 해도 나는 앨범이 여전히 내 오래된 나무박스 세트 가운데 어느 하나 속에 잠들어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왜냐면 이사올 적에 그곳에 넣었고 이후로 한번도 꺼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작년부터 lp 앨범 정리를 하다 찾아보니 두 앨범이 사라지고 없었다. 집에 인켈 오디오(그때 그 제품이 지금은 우리나라의 ‘명기’라고 한다)가 들어왔을 때 외사촌누나가 사준  abbey road와 the beatles ballads가 그것이었다.

그리고 둘 다 사라진 것은 이제 사실이 되었다. the beatles ballads의 스무곡은 다른 정규 앨범들과 싱글들의 모음집인 past masters에 포함되어 있고 파일로도 모두 갖고 있으니 아쉬울 일도 없다. 그럼에도 나는 그 앨범 자켓이며 동물 그림들, 그리고 뒷면의 낭만적인 분위기의 작은 사진까지가 이상하게 그리웠다.

컴필레이션 앨범이라 쉽게 구할 수 있을까 찾아봤는데 뜻밖에도 국내 중고 lp 사이트에 그게 있어서 그냥 구입했다. 새 앨범이 4~5천원 정도였지 싶은 그 중고 음반을 다시 내 손에 넣는데는 3만원 가량이 들었다. 그리고 어제 앨범이 다시 내 손에 들어와서 비틀즈 섹션에 넣어뒀다.

the beatles ballads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노래는 across the universe이다. 나는 let it be 앨범의  거창한 오케스트레이션보다 조금 조악한 느낌의 새소리와 날개 소리가 나는 world wildlife fund version을 조금 더 좋아했었다.

최근엔 이 앨범이 내게 없다는게 아쉬워서 cd를 만들었고 거기 원본 사진을 프린트해서 넣을 참이었다.(이 앨범은 cd로 발매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지금 내 손에 없는 화이트 앨범과 애비 로드를 다시 구입해야 할지 아니면 별로 없는 재즈 앨범쪽으로 눈을 돌려야 할지 생각중이다. 결국엔 양쪽 모두를 택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jaigurudevaom.

올 더 론리 피플

어릴 적에 출근하는 아버지 따라 시장통 골목 끝집에서 나와 재미없는 학교를 향해 길을 나서면 가게에서 라디오 소리가 들려왔다. 제목도 몰랐는 그 곡의 현악기 소리는 이상하게 마음을 긁고 지나가는 듯 했다.

4층에 살고 계시는 할머니는 모친이랑 연배가 많이 차이가 나지는 않은 것 같다. 언제나 같이 오고 가며 지내던 그분들 부부. 한번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아파트 안에서 걸어가는 내게 냅다 경적을 울려서 굉장히 불쾌했던 순간도 생각이 난다. 이후로도 인사를 하기는 했지만 그저 시늉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정정해보였던 그집 어르신이 돌아가시고 할머니는 혼자가 되셨다. 이후로 그분은 모습은 정말이지 쓸쓸해 보였다. 모친도 한번은 각별히 위로의 말씀을 전하셨다. 이후로 그분 보면 좀 더 따뜻하게 인사를 드리곤 하지만 그분은 한참 더 말씀도 많이 하시고 미안할 정도로 반가워 하신다.

약간의 장애가 있는 아들과 딸을 둔 오래된 이웃도 계신다. 유명한 서예가의 며느리였건만 그분의 삶도 편치는 못하셨다. 아들은 결혼도 못한 채 어머니 곁에서 살았고 딸은 결국 친정으로 돌아와야 했다. 어쩌다 길에서 나를 만나면 무척 반가워 하시고 어른들 안부도 꼭 물으신다. 나를 붙잡고 끝도 없이 말씀을 하지만 나는 억지로 거기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한두해 전엔 그 아들이 세상을 떠났다. 조금만 달리 태어났더라면 참 총명했을 사람은 어느 하루 허망하게 가버렸고 나는 이후로 그분을 뵌 적이 없다. 뵙지 못한 것이 다행이라 싶은 생각도 가끔은 든다.

일로 해서 알게된 아주머니 한 분은 늘상 집안 일을 말씀하신다. 그분 어르신도 잘 알고 있으니 안부를 묻지만 아주머니의 수다는 끝이 없이 이어진다. 치매이신 어머니와 까다로운 아버지를 홀로 모시려면 보통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오늘 몇달만에 뵈어서 인사를 드리자마자 정신이 없을 정도로 그간의 사건들을 축약해서 말씀하신다. 나는 그저 듣는 것 이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쌀알을 줍거나 양말을 깁고 먼지를 터는 대신 어떤 이는 어디서나 일어날 법한 삶의 하찮은 한 구석을 이렇게 구구절절 글로 옮긴다. 그는 그렇게 하루를 보낼 것이고 누군가 비슷한 눈으로 그를 바라볼지도 모른다. 알지 못하지만 그릴 수 있는 그 눈매 또한 외롭고 쓸쓸하여 누군가의 마음을 긁고 지나간다.

 

 

 

 

 

2020. 5. 20.

약간의 허함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지퍼백에 넣어 온 <혼자 가는 먼 집>을
좌석 옆에 끼워뒀다 쉬엄쉬엄 다 읽었다
내게도 더이상 어울릴 수가 없을 법한 제목이었다
누군가 꿈꾸고 간 베개에 기댄 채+
불편한 자세에도 불편한 마음의 자세에도 더 어울릴 수는 없었다
보르헤스의 강의와 이창기는 미로처럼 찬밥처럼+ 화물칸 어딘가에 갇혀 있었다
나는 기내 허용 반입량을 초과하여 지퍼백에 1리터의 액체를 넣어온 것이었다
처음인양 읽었고 처음처럼 마셨다
어떤 페이지는 집중해서
다른 사연은 설렁설렁 넘어갔다
엑스레이 투시기와 소지품 검사, 모든 감시망을 피해
투명한 지퍼백에 온갖 맛을 지닌 1리터의 액체를 몰래 넣어왔다
소울풀 모운풀 엉키고 풀리고 질척이는 것이
소줏잔이라도 깨물고 씹는 듯이
치떨며 부러워하며 찔끔찔끔 마셨다
약간의 허함 또한 그곳에 있었다
그렇다 허한 당신 허할 수
없었던 당신 먼 집의 전부일 것 같은
당신
그리하여 지난 밤에도 나는  먼 집에 있었다
돌아가는 비행기 속에 쭈그러진 지퍼백 속에
나눌 길 없는 허한 공기 속에
홀로 갇혀 있었다
썩어 없어질 몸은 남았고
썩지 않는다는
마음이라는
썩어버린 악기+는

 

/2019. 4. 18.

 

+씁쓸한 여관방, 허수경
+<꿈에도 별은 찬밥처럼>, 이창기
+<혼자 가는 먼 집> 후기, 허수경

내 폰은 울지 않는다 '

소리라도 달리 하고 싶어 스마트폰을 쓰면서는 내가 선택한 음악으로 알람도 하고 전화 오면 노래가 나오게 했다. 이런저런 곡들을 넣어서 썼지만 언제부터인가는 바뀐 적이 없다. 그 사이 폰은 달라졌어도 폰이 울리면 나오는 소리는 변한 것이 없다. 장 꼭또의 한 줄에서처럼 아스라히 들려오는 로이 하퍼의 노래다.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어도 절절함은 그 노래가 결코 예사로운 추억이 아님을 상기시킨다. 조수에 쓸려가버린 지난 시간의 파편들이 의미없는 부유물인양 떠돌지만 나는 그것을 바라보지 않을 수 없고 붙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어느 순간 그 조각들이 마음을 가득 채우기도 한다. 단순한 곡조와 구성의 노래지만 불규칙한 박자는 이 노래를 따라 부르기 어렵게 하기에 나는 그저 듣고 또 들었을 뿐이다. 가슴뼈와 머리칼로 만들어진 하프의 사연이 담긴 자매들에 대한 노래처럼  심금을 울리는 읊조림이다. 하지만 인적 드문 세계에서 전화는 잘 울리지 않는다. 그 사이 하퍼의 노래가 몇번이나 흘렀는지 모르지만, 어떤 하나가 모든 것을 집어삼켜 묵음이 되어버렸는지 알 수 없지만, 내 전화는 결코 울지 않는다.
 
 
my breast bone harper,
to my……
 
 
/2018. 9. 13.
 

내 폰은 울지 않는다 ‘

소리라도 달리 하고 싶어 스마트폰을 쓰면서는 내가 선택한 음악으로 알람도 하고 전화 오면 노래가 나오게 했다. 이런저런 곡들을 넣어서 썼지만 언제부터인가는 바뀐 적이 없다. 그 사이 폰은 달라졌어도 폰이 울리면 나오는 소리는 변한 것이 없다. 장 꼭또의 한 줄에서처럼 아스라히 들려오는 로이 하퍼의 노래다.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어도 절절함은 그 노래가 결코 예사로운 추억이 아님을 상기시킨다. 조수에 쓸려가버린 지난 시간의 파편들이 의미없는 부유물인양 떠돌지만 나는 그것을 바라보지 않을 수 없고 붙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어느 순간 그 조각들이 마음을 가득 채우기도 한다. 단순한 곡조와 구성의 노래지만 불규칙한 박자는 이 노래를 따라 부르기 어렵게 하기에 나는 그저 듣고 또 들었을 뿐이다. 가슴뼈와 머리칼로 만들어진 하프의 사연이 담긴 자매들에 대한 노래처럼  심금을 울리는 읊조림이다. 하지만 인적 드문 세계에서 전화는 잘 울리지 않는다. 그 사이 하퍼의 노래가 몇번이나 흘렀는지 모르지만, 어떤 하나가 모든 것을 집어삼켜 묵음이 되어버렸는지 알 수 없지만, 내 전화는 결코 울지 않는다.

 

 

my breast bone harper,
to my……

 

 

/2018. 9. 13.

 

pets

최근들어 유튜브의 단편 영화들을 가끔 본다. 주로 sf인데 어떤 것은 너무 단순하고 어떤 것은 ‘언어장애’로 잘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떤 영화들은 그냥 보기만 하면 된다. pets의 경우 도입부만 봐도 짐작을 할 수 있을 법한 간단한 구성의 단편 sf영화다. 우리가 일정 부분 예측할 수 있거나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할 미래에 대한 영화로 치자면 좀 뻔하고 안이한 접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단편 영화의 장점은 단순함에 있다. 그것을 현실에 관한 우화라고 본다면 거기 대입할 수 있는 것들은 많다. 그리고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폰’이다. 내 경우를 생각해봐도 그렇다. 카톡도, 트위터도, 페이스북도, 심지어는 문자나 통화도 별로 쓰지 않는 나 같은 사람도 어떤 특정한 부분에서는 그런 측면이 있으니 말이다. 흔히 ‘스몸비’라 불리우는 사람들에 이르러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포털의 메인에 뜨는 몇줄에 쉽사리 동조할 수 있다면 텔레비젼 뉴스에 대해 별다른 의심이나 회의가 없다면 더욱 그렇다. “wag the dog”의 세계는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서 은밀하고도 자연스런 방식으로 존재한다.

 

 

/2018. 7.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