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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smell the coffee

이름을 듣고
또다시 보게 되네
풀에 핀 꽃들
/데이지

 

아마도 2001년이었을 거다. 앨범 타이틀만 해도 마음이 움직였는데 거기 어찌 못할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never grow old”가 있었다. 그녀 dolores o’riordan이 “forever young”이라고 노래할 때 내 마음도 어딘가를 향해 노래속의 새처럼 달아나고 있었다. 하지만 영원한 젊음의 길이란 오직 단 하나뿐이어서 이 노래의 서글픈 역설은 절대 지워지는 법이 없다. 그리고 이제 이 곡을 노래한 그녀가 세상을 떠났다. 내가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렸던 얼굴보다 더 어린 나이의 그녀인데 말이다. 그녀의 밴드는 한때 대단한 각광을 받았고 세상의 많은 가수들이 그녀의 목소리를 따라 노래했으나 이후 긴 침체기에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내겐 잊혀지지 않는 그녀가 있다. 어제, 우체국에 가서 소포를 부치고 봄날 같은 햇살 아래 자전거를 끌기 시작할 때도 이 노래가 있었다. “grow old me”보다 더 멋진 사랑의 약속은 얼른 생각나지 않는데 어찌 못할 그 짦음이 영원을 노래하였다. to the faithful departed……

 

i feel the breeze
i feel at ease
it is my perfect day

hope you never grow old
hope you never grow old
hope you never grow old
hope you never grow old

forever young
i hope you stay
forever young……

 

 

 


never grow old / cranberries

 

a restless wind inside a '

달리 들을 길이라곤 없었던 것 같은데 처음부터 이 노래는 이상하게 귀에 익은 느낌이었다. 라디오가 거의 유일한 채널이었던 시대였지만 그래서 귀에 익은 것이 아니라 기시감, 아니 ‘기청감(déjà entendu)’을 불러일으켰고 묘하게도 그것은 돌아갈 길 없는 시간 또는 장소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했다.
오케스트레이션이 들어간 <let it be> 버전도 좋았지만 ‘세계 야생동물 기금’에의 기부를 위해 만들어진 앨범에 수록된 버전을 더 자주 듣곤 했었다. 새 소리와 더불어 스피커 채널을 옮겨가며 들리는 파도 소리인지 날개짓인지 조금 조악하게 들리는 효과음이 나는 오히려 좋았다. 이펙트가 들어간 일렉트릭 기타와 시타, 탐부라……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있는 노래 가운데 하나이고 가사는 한편의 환상적인 시(endless rain into a paper cup!) 같았다.
 
 

/beatles ballads
 
 
‘야생동물 기금’ 버전은 beatles ballads라는 제목의 컴필레이션 앨범(lp로 갖고 있는 이 앨범 재킷을 생각하니 아련한 느낌이 들어 한번 찾아봤다)에도 수록되어 있었고 <past masters>에도 들어 있다. 어릴 때도 그리 추측했었지만 예상대로 ‘기금 버전’은 원래의 녹음을 속도를 올려 조를 바꾼 것이었다. 그리고 이 노래의 제목은 여전히 미완인 채 손을 놓고 있는 내 어떤 이야기의 제목에도 변용되어 포함되어 있다.
몹시도 캄캄했던 지난 밤, “nothing’s gonna change my world”가 희망일지 신념일지 고통일지 탄식일지 알지 못한 채 이 노래 듣던 시절이 저리도록 그리워졌다. 받을 길도 전할 길도 없는 숱한 사연을 싣고 우주의 저 끝으로부터 이 노래가 다시 내게로 왔다.
 
 

 
 

/no one’s gonna change our world
(world wildlife fund를 위해 across the universe가 처음으로 발표되었던 앨범이다.)
 
 

a restless wind inside a

달리 들을 길이라곤 없었던 것 같은데 처음부터 이 노래는 이상하게 귀에 익은 느낌이었다. 라디오가 거의 유일한 채널이었던 시대였지만 그래서 귀에 익은 것이 아니라 기시감, 아니 ‘기청감(déjà entendu)’을 불러일으켰고 묘하게도 그것은 돌아갈 길 없는 시간 또는 장소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했다.

오케스트레이션이 들어간 <let it be> 버전도 좋았지만 ‘세계 야생동물 기금’에의 기부를 위해 만들어진 앨범에 수록된 버전을 더 자주 듣곤 했었다. 새 소리와 더불어 스피커 채널을 옮겨가며 들리는 파도 소리인지 날개짓인지(아마도 새들의 날개짓인듯) 조금 조악하게 들리는 효과음이 나는 오히려 좋았다. 이펙트가 들어간 일렉트릭 기타와 시타, 탐부라……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있는 노래 가운데 하나이고 가사는 한편의 환상적인 시(endless rain into a paper cup!) 같았다.

 

 


/beatles ballads

 

‘야생동물 기금’ 버전은 beatles ballads라는 제목의 컴필레이션 앨범(lp로 갖고 있는 이 앨범 재킷을 생각하니 아련한 느낌이 들어 한번 찾아봤다)에도 수록되어 있었고 <past masters>에도 들어 있다. 어릴 때도 그리 추측했었지만 예상대로 ‘기금 버전’은 원래의 녹음을 속도를 올려 조를 바꾼 것이었다. 그리고 이 노래의 제목은 여전히 미완인 채 손을 놓고 있는 내 어떤 이야기의 제목에도 변용되어 포함되어 있다.

몹시도 캄캄했던 지난 밤, “nothing’s gonna change my world”가 희망일지 신념일지 고통일지 탄식일지 알지 못한 채 이 노래 듣던 시절이 저리도록 그리워졌다. 받을 길도 전할 길도 없는 숱한 사연을 싣고 우주의 저 끝으로부터 이 노래가 다시 내게로 왔다.

 

 

 

 


/no one’s gonna change our world
(world wildlife fund를 위해 across the universe가 처음으로 발표되었던 앨범이다.)

 

 

그 어떤 시도

아마 1987년 12월이었을 것이다. 한 시간은 족히 걸어야 민가를 만날 수 있는 깊은 산골 호젓한 숲속을 홀로 거닐었다. 담배 연기 가득했던 가슴은 차가운 공기 속으로 풀려났고 온통 눈덮인 개울가 바위 아래 고드름을 떼어먹으며 즐거웠다. 얕은 숲 사이 어딘가 잠깐의 봄날인양 눈도 쌓이지 않은 공터가 나는 아까웠다. 꽃과 같은 삶과 꽃일 수 없는 삶과의 갈등 사잇길에 쩔룩거리며+ 여기 두 사람이 있었으면 싶었다. 겨울산 추위 속에 몸 숨기고 몸 드러내었으면 싶었다. 아득한 시간 너머 돌아온 곳, 12월과 겨울에 관한 혹독한 시를 읽고 싶었다. 내 마음 같은 시를 찾아 한 시간은 족히 헤매었으나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글자들은 두서없이 흩어져버렸다. 헒과 菌과 悲와 哀와 愛 그 무엇도 엮지 못한 채 흘려보낸 창공++ 아득히 저 아래 인적 끊긴 얕은 숲을 다시 거닐고 있다. 봄날처럼 따사로운 자리 대신 눈빛 물든 공터가 나는 또 아까웠다. 속 트이는 맑은 공기도 수정 고드름도 없는 외길 여기 저기에 흩어져 있는 공터, 둘이 아니어도 몸 숨긴 채 잠시 아주 아주 잠시 누워보고 싶었다. 2017년 12월이었다.

 

 

+
한하운
++
네 헒과 균과 비(悲)와 애(哀)와 애(愛)를 엮어
뗏목처럼 창공으로 흘러 보고파진다/한하운

 

 

/2017. 12. 25.

the analogues’ sgt. pepper

<아날로그>는 세상에 널린 비틀즈 연주 밴드 가운데 하나다.
네덜란드 출신 다섯명의 뮤지션이 만들어내는 연주는
단순한 흉내내기를 넘어 나름 진지하다.
이들은 특히 비틀즈 후기의 스튜디오 앨범들을 라이브로 들려주고 있는데
가능한 한 완벽한 재현을 위해 멜로트론을 비롯한 옛 시절의 악기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며
그것이 라이브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원곡에 꽤 충실하다.
이들은 sgt.pepper 50주년(1967)을 기념하여 이 앨범 전체를 라이브로 공연했고
이제는 white album을 진행하고 있다.
a day in the life를 들은지는 정말 오래 되었고 안들은지도 무척 오래되었다.
론리 하트인지 브로큰 하트인지 이 노래의 어떤 서글픔이 요즘 내 어떤 느낌인양
창가 바라보며 옛사랑 같은 노랠 다시 듣고 또 들었다.
across the universe, 거의 1분에 가까워 참아내기 어려웠던 여운은……

 

 


a day in the life / analogues

the analogues’ sgt. pepper

<아날로그>는 세상에 널린 비틀즈 연주 밴드 가운데 하나다.
네덜란드 출신 다섯명의 뮤지션이 만들어내는 연주는
단순한 흉내내기를 넘어 나름 진지하다.
이들은 특히 비틀즈 후기의 스튜디오 앨범들을 라이브로 들려주고 있는데
가능한 한 완벽한 재현을 위해 멜로트론을 비롯한 옛 시절의 악기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며
그것이 라이브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원곡에 꽤 충실하다.
이들은 sgt.pepper 50주년(1967)을 기념하여 이 앨범 전체를 라이브로 공연했고
이제는 white album을 진행하고 있다.
a day in the life를 들은지는 정말 오래 되었고 안들은지도 무척 오래되었다.
론리 하트인지 브로큰 하트인지 이 노래의 어떤 서글픔이 요즘 내 어떤 느낌인양
창가 바라보며 옛사랑 같은 노랠 다시 듣고 또 들었다.
across the universe, 거의 1분에 가까워 참아내기 어려웠던 여운은……

 

 


a day in the life / analogues

 

 

끝에서 끝까지

그래서 어쨌단 말인가.
쉽사리 떨쳐내지 못할 현실이라는 이름의 일정치 못한 중력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 나이라면 그다지 놀랍지도 않은 일일 수도 있다.
적도를 기준으로 지구는 소리보다도 빠른 초속 500m,
시속 1600km 속도로 자전하면서 하루라는 이름의 24시간을 보내고
초속 30km의 속도로 9억 5천만km에 달하는 거리를 태양을 따라 돈다.
우리는 그것을 1년이라 부른다.
태양계는 또 은하계의 중심을 초점으로 초속 200km의 속도로
2억 3천만년에 한번 일회전을 한다.
우리가 속한 은하는 또 초속 600km의 속도로……

 

끝에서 끝까지
그 달팽이
쏜살 위를 기어
기어코 12월

 

 

/2017. 12. 13.

 

 

+
이광식의 천문학+ 참조.

 

분실과 탕진, a lottery life

해마다 연말이면 어쩌다 생각나는 노래, 며칠 전 차안에서 우연히 lottery song을 들었다. 그래, 이런 사랑스런 노래가 있었지, 그리고 이런 달콤함을 꿈꾸던 때가 있었지……

살아오면서 복권 사본 적이 몇번이나 있었는가 모르겠다. 그런 종류의 운이 내게 있으리라 생각해본 적도 없고 내게 오리라 기대해본 적도 없다.

오래 전의 일이다.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버스가 출발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중년의 부부가 올라오더니 느닷없이 숫자가 적힌 종이쪽지를 하나씩 나눠줬다. 그러더니 대뜸 번호를 셋 불렀는데 내가 갖고 있는 번호도 있었다. 당첨된 사람에게는 자신들이 판매하는 고급 시계를 아주 저렴하게 드린다는 이야기였다. 힘차게 번쩍 손을 들라던 독려의 말투가 좀 우스꽝스럽게 들렸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그들에게 번호를 받은 모든 사람이 당첨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당첨은 군대서 훈련받을 때도 있었다. 잠시 쉬며 담배를 피우고선 꽁초 버리러 가는 당번을 뽑기 위해 십수명과 가위바위보를 한 결과 내가 걸렸다는 것, 단 한번만 이겨도 괜찮았는데 결국 내가 담배꽁초를 버리게 되었다는 것, 그런게 내가 가진 하찮은 ‘당첨의 기억’일 뿐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다지 애쓴 일도 없는 인생에  몇번의 당첨 복권(이 표현이 지극히 온당치 않음을 알지만 내 하찮음을 적시하는데 있어서는 그 반대로 매우 합당하다)이 내게 있었다. 백만에 하나인지 일억에 하나일지 알 길 없지만 정말 그랬다. 그것이 내 손에 쥐어졌음에도 뭔지 모르기도 했고 무한정 샘솟을 듯 닥치는대로 써버리기도 했다. 불태우고 찢고 잊어버리고 잃어버리고…… 아마 나는 비슷한 어리석은 일을 몇번은 반복했는지도 모른다.

그 결과 복에 대한 권리는 알게 모르게 실효되었고 이제는 더이상 뽑을 리도 뽑힐 리도 없다. 준비되지 않은 이의 복권은 재앙과 비슷한 법이어서 이제는 짧았던 황금의 시절 대신 상실감만 안고 있을 뿐 모두가 묻혀버린 오래 전의 일이다.

아시다시피 보시다시피 결국은 올해도 꽝, 복에 대해 그다지 자격도 권리도 없음에 아무 것도 갖지 못했음에 궤변처럼, 또는 성현들 말씀처럼, 또는 위로인양 감사하며 결코 복권될 수 없는 내 삶의 잃어버린 몇몇 복권을 추억하며

“thanks a lot…to……”

 

 

the lottery song / harry nillsson (/srs.)

닭가슴살 새가슴살

발라낼 뼈라도 있긴 있었을까
다만 콩닥대며 짧은 꿈 잠시 꾸었을 뿐
마음의 지붕에조차 올라본 적은 없었다
추려낼 꿈이라도 어디 있긴 있었을까
온갖 두려움과 낯 뜨거움과 부끄러움의 이름 너머
숨다 달아나다 잠시 퍼덕였을 뿐
이 하루 겨우 재울 양념에 절어서 사는
날개 없는 자의 걸음 같은 가슴살
이내 하루살

 
/2006. 7. 19.  0:47

 

 

 

+
스팸 피해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화이트룸” 살펴보다
11년 전에 쓴 이 글이 눈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