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얼굴 찾기 힘든 모퉁이 채소 가게
부지런한 주인 보이질 않고
낡은 미닫이문에 메모 하나 붙어 있다 Read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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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y the music died
1980년 12월, 존 레넌이 세상을 떠났을 때의 Times 커버를 아직 기억한다. 거기에는 그의 초상화와 함께 “When the music died”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그 표현은 예전에도 여러번 붙은 적이 있다. 가사만 봐도 그렇다. 버디 할리와 리치 발렌스가 죽은 1959년의 비행기 사고를 “The day the music died”라고 표현하고 있다. Read More
떠난 후에 읽는 글들
어제
손에 불타는 석탄을 쥐고
마구 던지려 했다.
밤새 손바닥이 아려왔다.
알다시피 그게 아니라……
그리고 때늦은 소식처럼 허수경의 책이 왔다.
그녀에 대한 생각은 꽤 양면적이지만
시에 관해서라면 독보적인 세계를 지닌 그녀다.
그녀가 세상을 떠났을 때
From her to eternity란 제목으로 글을 끄적였다.
그리고 며칠 전 피란델로 책을 구하다 그녀의 흔적을 찾게 되었다.
가기 전에 쓰는 글들……
‘일러두기’와 달리 내가 편안함을 느끼곤 하는 시 같은 글과
글 같은 시들이 거기 있었다.
고운 자주빛 표지에
무선제본식 가짜 양장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리고 책갈피처럼 들어있는 엽서의 짙은 오렌지빛이
귤 향기에 대한 상상을 방해하지만
병문안 온 사람처럼 조심조심 나는 책을 펼쳤다.
From here to eternity.
/2022. 4. 6.
함운경의 어떤 아침
아침 5시 40분
어차피 나는 경매 사는 사람 아니지
6시 일어나야겠네
7시 벌써 이렇게 됐어
경매위판장이 모처럼 열렸는데
집을 나선것은 7시 20분
이미 파장분위기
많이 나온 물건은 없네.
오로지 홍어만 많이 나왔다.
오늘 뭐 팔것 있어요. Read More
내가 시를 쓴다는 꿈
시몬 베드로가 올라가서 그물을 육지에 끌어 올리니
가득히 찬 큰 물고기가 백쉰세 마리라 이같이 많으나
그물이 찢어지지 아니하였더라
/요한복음 21-11
이창기의 <모나미 볼펜처럼>에 마음 갔었지만 모나미 볼펜을 좋아한 적은 없다
펜대는 너무 가늘고 0.7mm의 볼은 꾹꾹 누르지 않으면 필기도 잘 되지 않는다
게다가 몹시도 사무적이고 관공서적인 그 느낌이라니 Read More
(경) 디비아스키 에이지 (축)
에베레스트산만한 거대한 혜성이
지구로 날아오는 게 좋은 게 아니잖아요?
우리끼리 그런 최소한의 합의도 못 하고 처앉았으면!
대체 정신머리가 어떻게 된 거예요?
아니, 서로 대화가 되기는 해요?
어디가 망가진 거예요?
어떻게 고치죠?
/돈 룩 업, 랜달 민디 교수
북미의 평은 그리 좋지 못했지만 국내는 달랐던 것 같고, 우울한 결말임에도 나는 꽤 마음에 들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제니퍼 로렌스, 케이트 블란쳇, 메릴 스트립의 연기가 좋았고 마이크 라이런스가 <스파이 브리지스>의 그 사람인 것은 한참 뒤에야 알 수 있었다. 정말 나쁜놈이었건만 라이런스의 연기와 역할은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위선자의 진정한 모습이라고나 할까. 파국에 관한 블랙코메디지만 많은 부분에 현실이 녹아 있었다. 그리고 여기……

Slowly but Surely. 우리를 향해 서서히, 그리고 정확하게 돌진해오고 있는 진정한 재앙 ㅡ 우리들의 디비아스키 혜성에 대해 생각해본다. 어쩌면 이땅에 내려꽂힐지도 모를 어떤 시대가 그것이다. 무오류로 빛나는 그분의 이름으로 이루어질 숱한 이적들, 당의 지도하에 완성되는 신분제도와 함께 은덕으로 살아가는 위대한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룩업은 언감생심, 돈. 룩.업이다. 한치 앞을 생각지 않는 어리석은 선택이 돌이킬 수 없는 업으로 돌아올 것이다.
누군가의 디비아스키는 아슬아슬하게 지구를 스쳐 지나갈 것이고, 다른 누군가의 디비아스키에 지구는 부서질만큼 상할 것이다. 하지만 그 어느 쪽으로도 끝난 것은 없다.

/2021. 12. 31. (+이 글은 2022년 3월에 다시.)
If We ever Meet again : Leon Redbone
연말이 오면 생각나는 아티스트 가운데 한사람은 리언 레드본이다. <크리스마스 아일랜드>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의 많은 다른 노래들 또한 엄동설한 속에서도 따스함을 전해주는 것들인 까닭이다.
내가 그의 목소리를 처음 들은 것은 닉 놀테가 주연을 맡은 어느 미스터리 영화(겨우 찾은 영화의 제목은 Everybody Wins, 1990작)를 통해서였다. 그가 운전할 때 오래된 재즈 스타일의 멋진 노래가 나왔는데 그게 바로 리언 레드본의 <Seduced>였다. 가사를 알게 되면서 그 곡을 더 좋아하게 되었고 영화에서 노래가 끝나는 장면은 “꿈깨라” 하는 느낌이 드는 것이 꼭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레드본의 노래를 찾기 시작했다. Read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