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2주 동안 혈압약을 드시지 않고 계셨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며칠 전, 병원 진료결과를 보고 왔던 저녁이었다. 나는 화가 치밀어서 소리도 좀 질렀나 보다.
6학년때 아버지께 알파벳과 기초영어를 배웠다. 어느날 펜맨쉽을 사오신 아버지는 그걸 하루만에 다 쓰라고 하셨다. 내게 그건 너무 많은 양이었고 나는 그것을 결코 다 쓸 수 없을 것 같아 몰래 몇장을 찢어내고 나머지를 채웠다. 저녁 퇴근해서 돌아오신 아버지는 펜맨쉽은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내가 아직 잘모르는 영어 문장으로 나를 타박하셨다. 나는 나중에 혼자 좀 울었던 것 같다.
한달쯤 전, 아버지는 누나네가 있는 서울 다녀오셨다. 걸음이 많이 불편하고 정신이 조금 흐리긴 해도 휠체어까지 사용해서 기차에 태워드리면 서울에서 누나네가 기차까지 들어와서 모셔가는 방식이었다. 그럼에도 기차에서 나올 시간이 되자 아버지는 뭔가 불안했던지 살짝 눈물까지 비쳤다. Read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