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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매드랜드 : see you down the road!

커브를 돌면 절벽이 나오는데
수백 마리의 제비 둥지가 절벽에 붙어 있었어.
온 사방으로 제비가 날면서 물에 비치는데
마치 내가 제비와 함께 나는 것만 같았지.
내 밑에도 있고 내 위에도 있고 내 주변 모든 곳에 있었어.
제비 새끼들이 부화하면서 알껍데기들이 둥지에서 떨어져
물에 둥둥 떠다녔어.
작고 하얀 껍질들 정말 멋있었어.
이제 충분하다고 느꼈어.
/스웽키, 노매드랜드. Read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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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이면도로에 문 꼭 닫고 주차한 채 에어컨 빵빵하게 돌리고 있는 디젤 SUV.
공감하는 척 하는 능력 / 공감 능력.
폐.
저장(강박).
브라질 음악/리듬.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 시대의 브라질 아티스트들.
꿈비아, 케이준, 파두.
마야, 아즈텍, 잉카 시대의 삶과 전설과 역사.
보이지 않는 잉크로 쓴 텍스트. Read More

빈과 : 부서질만큼 상했다

사과한알이떨어졌다.
지구는부서질정도로아팠다.
최후.
이미여하한정신도발아하지아니한다.
/최후, 이상

 

홍콩의 빈과일보가 강제로 폐간되었다.
알고보니 빈과일보의 사주는 “지오다노”를 창업한 사람이었다.

지오다노 하면 또 생각나는 것은 지금으로부터 21년쯤 전의 이맘때이다.
나는 동생과 남포동엘 가서 이런저런 구경도 하고 식사도 하고
그리고 지오다노에 들러 내 바지도 사고 그랬다.
색깔이며 모양새며 동생이 다 챙겨주었던 것이
광년의 시간처럼 아득하게도 느껴지고 엊그제 같기도 하다.

빈과일보의 폐간은 중국의 홍콩 장악에 있어
한 단원의 결말처럼 보인다.
언로까지 거의 완벽하게 막혀버린 홍콩…
이제는 정말 중국과 다름없는 통제체제로 들어간 셈이다.

홍콩 사태와 조국 사태는 비슷한 시기에 크게 번졌는데
나는 둘 다 공히 쉽지 않은 길에 있다고 생각했고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때의 예상처럼 암울한 부분이 더 많아 보이고
앞으로도 간단치는 않을 것이다.

미얀마의 경우는 좀 달랐다.
보다 다양한 이념의 스펙트럼에서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나도 물론 미얀마에 대해 늘 관심갖고 챙겨본다.
(물론 로힝야족에 대한 아웅산 수키의 잘못에 대해서도 똑같이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홍콩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이 추구하는 민주주의(?)가 몹시도 선택적이라는 점에서
매우 잘못된 것이다.

(미얀마 사태에 대해서는 비판하면서 홍콩에는 입을 다물고 있는)
정부에 대해서도 다를 바 없지만
민주와 인권, 언론자유를 큰 소리로 떠들어대는 일부의 선택적 침묵은
정부와는 다른 차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slow boat to china???
홍콩의 몰락이 내 일처럼 아프다.

 

/2021. 6. 25.

꽃의 이름

일로 해서 몇년간 알고 지낸 할아버지 한분이 두어달 전 사무실로 화분을 갖고 오셨다. 자신이 키우던 꽃의 줄기를 떼서 옮긴 것으로 귀한 꽃이라며 주셨다. 누군가가 원산지를 인도산이라며 주셨다는데 이름은 모르지만 석장짜리 꽃잎이 독특하다 하셨다.

떨리는 손 성치 못한 걸음으로 한손에 화분 들고 버스 타고 전해주신 노인의 마음을 생각하니 그 꽃이 어떠한들 이름이 무엇인들 감사히 소중히 키워야겠다 생각했다. 꽃은 쑥쑥 자랐으나 한참 동안 소식이 없더니 얼마전에야 자주색 꽃이 피었다.

엊그제 할아버지로부터 다시 전화가 왔다. 아는 분으로부터 들었다는데 꽃은 뉴질랜드 앵초로 트라데스칸티아라는 이름을 가졌다고 했다. 오늘에사 찾아보니 트라데스칸티아는 맞는데 뉴질랜드 앵초는 아닌 것 같고 자주(털)달개비, 트라데스칸티아 실라몬타나Tradescantia sillamontana인 듯 싶다. 이름이 복잡하고 어려워 화분에 붙여라도 둬야 하겠다.

하지만 세장의 꽃잎을 지닌 이름모를 꽃은 그 전에 피었고 가느다란 줄기 뿐일 때도 있었고 아직도 피어 있다. 정확한 꽃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좋은 일이지만 누가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도 괜찮다. 마음이란 그런 것, 작고 볼품없었던 그 식물이 귀한 것은 하나의 몸짓이 있었기 때문이다.

 

 

/2021. 6. 24.

다시 내 손에 : the beatles ballads

the beatles ballads 앨범에 대하여 쓴 글을 찾아보니 그걸 쓸 때만 해도 나는 앨범이 여전히 내 오래된 나무박스 세트 가운데 어느 하나 속에 잠들어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왜냐면 이사올 적에 그곳에 넣었고 이후로 한번도 꺼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작년부터 lp 앨범 정리를 하다 찾아보니 두 앨범이 사라지고 없었다. 집에 인켈 오디오(그때 그 제품이 지금은 우리나라의 ‘명기’라고 한다)가 들어왔을 때 외사촌누나가 사준  abbey road와 the beatles ballads가 그것이었다.

그리고 둘 다 사라진 것은 이제 사실이 되었다. the beatles ballads의 스무곡은 다른 정규 앨범들과 싱글들의 모음집인 past masters에 포함되어 있고 파일로도 모두 갖고 있으니 아쉬울 일도 없다. 그럼에도 나는 그 앨범 자켓이며 동물 그림들, 그리고 뒷면의 낭만적인 분위기의 작은 사진까지가 이상하게 그리웠다.

컴필레이션 앨범이라 쉽게 구할 수 있을까 찾아봤는데 뜻밖에도 국내 중고 lp 사이트에 그게 있어서 그냥 구입했다. 새 앨범이 4~5천원 정도였지 싶은 그 중고 음반을 다시 내 손에 넣는데는 3만원 가량이 들었다. 그리고 어제 앨범이 다시 내 손에 들어와서 비틀즈 섹션에 넣어뒀다.

the beatles ballads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노래는 across the universe이다. 나는 let it be 앨범의  거창한 오케스트레이션보다 조금 조악한 느낌의 새소리와 날개 소리가 나는 world wildlife fund version을 조금 더 좋아했었다.

최근엔 이 앨범이 내게 없다는게 아쉬워서 cd를 만들었고 거기 원본 사진을 프린트해서 넣을 참이었다.(이 앨범은 cd로 발매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지금 내 손에 없는 화이트 앨범과 애비 로드를 다시 구입해야 할지 아니면 별로 없는 재즈 앨범쪽으로 눈을 돌려야 할지 생각중이다. 결국엔 양쪽 모두를 택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jaigurudevaom.

열쇠의 안부

우리 다섯 손가락 가운데 하나를 잃고 망연자실해 있던 때였다.
정리를 하느라 미국엘 갔을 때 이런저런 인연으로 알고 계시던 분께서
콜로라도에 있는 별장의 열쇠를 주셨다.
혹시라도 콜로라도에 가게 된다면 내 집처럼 사용하라고 하셨다.
그런 마음이 큰 위로가 되던 시절이라 나는 돌아와서 아버지께 말씀을 전해드렸다.
1년에 6개월씩 눈이 내린다는 그곳,
콜로라도의 달 밝은 밤을 우리가 찾을 일 무에 있었겠냐만
아버지는 내가 잘 갖고 있는지 열쇠의 안부를 가끔 묻곤 하셨다.
사실 그 전에도 아버지는 콜로라도의 열쇠 하나 직접 받은 적이 있었고
그건 어디 두셨는지 잊었는데 내가 또 하나 받아온 것이었다.
콜로라도의 강물이 태평양을 돌고 돌아 다시 흘렀을 시간 동안
안부를 묻는 일이 점점 뜸해지더니 이제는 십여 년 동안 내게 물은 적이 없다.
사실을 말하자면 나도 그 열쇠가 어디 있는지 이제 알지 못할 만큼이다.
하지만 한때 열쇠의 안부를 안다는 것은 열쇠 그 자체였고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콜로라도의 깊은 산골
모닥불 타오르는 멋진 산장에서의 경이로운 꿈의 시간이었다.
그리움으로 기다린다던 그 강물이 세상을 돌고 돌아 다시 올 시간 동안
남은 모든 손가락들은 열쇠의 안부를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의 잃어버린 손가락도 분명 그러할 것이다.

 

 

/2021년 2월 1일

문 (더) d.

: 2020년 12月에 바침.

 

d는 딜라잇, 축제를 즐겼지 산해진미를 꿈꾼 것은 아니지만 하루 이틀의 출출함을 그 순간의 감동에 비할 바는 아니었어 춤을 추었지 저마다 자유의 꿈을 갈망했고 함께 눈물도 흘렸지 오 마이 딜라잇, d는 마이  Read More

지나가버린 말들

말은 얼마든지 바뀌기 쉽다. 정치인의 말은 더욱 그렇다.
몇년 전의 말을 자신에게 되돌려보면 있을 수 없는 것이 일어나는 것이
이 땅의 현실이다.
또 그것을 뒤집는 것에 관해 변명과 무시만이 있을 뿐,
어떤 부끄러움도 없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