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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Doves Cry

어릴 적 팝송이란 걸 처음 들었을 때 내가 갖고 있던(사실은 내것도 아니었던) 단 하나의 카세트 테이프엔 ‘팔로마 블랑카’란 노래가 있었다.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그 가사를 보며 즐거이 따라 불렀다. 하지만 봄날의 작은 새처럼 조잘대던 새하얀 비둘기는 너무 쉽게 날아가버렸고(88올림픽 성화대에서 한순간 사라져버린 비둘기들처럼!) When doves cry의 기타가 잠시 마음을 흔들고 <더 월>의 한 장면처럼 비둘기가 산산조각으로 흩어지는가 싶더니 꾸꾸루꾸 꾸꾸루……. 사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이의 노래처럼 이야기처럼 빨로마 네그라, 검은 비둘기가 내게로 날아왔다. 차벨라 바르가스와 프리다 칼로 ㅡ 내 것이 아니라 한들 아니 내 것이 아니기에 멋진 사진, 멋진 노래, 그리고 고난의 멋진 시절이었다. 철없는 비둘기는 서럽지만 즐거이 비에 젖고.

 

 

Paloma  Negra / Chavela Vargas

1999-2009, 변함없이

아주 아주 오래전…  어느 시인 흉내를 내며 시 몇편 끄적인 적이 있다.
그때 쓴 것 가운데 일년 전에 보았던 바다에 관한 글이 있었다.
‘변함 없음’에 관한 한켠의 부러움과 한켠의 탄식이었다.
그리고 여기 이 노래는 1년 아닌 10년의 이야기이다.
노래 속의 메시지가 사회적인 것인지 또는 개인적인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개인적인 의미로 돌아다 본다.
1999년의 겨울을 그리워하며,
그리고 내 부족함에 관한 알지 못할 신랄함으로
이 노래에 대한 중독성은 더욱 강렬한 것이 된다.
누군가의 앨범 제목처럼 인후부가 어찌 어찌 되든.

 

1999-2009

 

2009. 12. 7.

 

 

 

É Preciso Perdoar

알다시피 보싸노바의 트로이카 가운데 그 리듬을 만들어낸 사람은 조앙 질베르뚜였다. 그럼에도 ㅡ 몇몇 상큼한 노래가 없지 않지만 ㅡ 그의 초기 곡들은 지나치게 매끄럽고 가벼워서 그다지 끌리지가 않았다. 보싸노바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게츠/질베르뚜 콤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어떤 부분에서 그는 과대평가된 것 같고 또 어떤 면에서 그는 과소평가된 가수이자 연주자란 생각이 든다.

그러한 양면성은 게츠/질베르뚜의 곡들에서도 나타나는데 하나의 노래 안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곤한다. 세월의 흐름을 따라 가수로서의 장애가 장점으로 승화된 듯, 그의 저음이 껄쭉해지고 단조로운 기타 리듬만이 들려올 때 그의 음악은 관조적이고 보다 사색적인 분위기를 띄는 것 같다. 하지만 느낌이 다르다면 뽀얗게 흩어지는 빗줄기처럼 잠이 쏟아질 뿐.

(‘É Preciso Perdoar’는 ‘당신은 날 용서해야 해’란 뜻이다. 신파조로 용서를 빌던 마리노 마리니의 옛노래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은, 또는 그것을 들어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그 나름으로……)

 

YouTube player

 

 

어 토이 인 디 애틱

노래 속의 이름은 ‘리자’였고 이야기 속의 이름은 ‘리사’였다. 그게 같은 철자의 다른 발음인지 다른 이름인지는 잘 모르지만 ‘Lisa’라는 이름을 들으면 늘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사실 그 얼굴이란 내가 그 모습을 전혀 알 수 없는 이야기 속, 또는 상상 속의 얼굴이다. 그녀는 대단한 시계 장인이 만든 ‘시계’였고 리사는 이름이었다. 할아버지가 몇시냐고 물으면 그때마다 또박또박 대답을 해주던.

어떤 청년이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으나 그녀의 ‘제작자’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후 그녀 가슴에서 박동 대신 들려오는 시계바늘 소리를 듣고 달아났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그 이야기를 생각하면 늘 미안하였고 마치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나였던 것처럼 약간의 죄스러움을 느끼곤 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그 이후에 일어날 어떤 일에 대한, 그러니까 그 이야기를 읽던 시점에서 말한다면 일종의 ‘미래의 기억’, 또는 ‘미래에 일어난(나는 이것을 과거형으로 썼다) 잘못에 관한 선험적인 죄의식’이라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그저 터무니없는 생각일 뿐이라면 더 합리적으로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리사의 심장이 짹각대듯이 내 가슴엔 감당하지 못할 버거움이 쿵쾅대고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체스터튼의 이야기에서처럼 나뭇잎이 되어 숲에 묻혔고 먼지 가득한 다락방에서 삭아가는 장난감이 되었고 수많은 책이 있는 도서관에서 전혀 눈에 뜨일 없는 볼품없는 이야기책이 되었다. Sad Lisa, 하지만 슬픈 것은 리자가 아니라 와전된 한 줄처럼……

“Tell me what’s making you sad, Li?”

 

 

Sad Lisa / Marianne Faithfull

달 뜨지 않는데 달뜨는

“Sin amor la luna no brilla en mí…”

칼렉시코의 노래는 그 이름처럼 경계선에 있다. 조이 번즈의 목소리는 그다지 훌륭하지 못하지만 노래는 멋지다. 앨범 버전에선 상큼한 목소리를 지닌 까를라 모리손과 듀엣을 했으나 평범한 팝 스타일처럼 들렸던 까닭에 라이브가 더 마음에 든다. 마림바, 그리고  가브리엘라 모레노(과테말라)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면 듣는 이는 절로 ‘달뜨는’ 마음이 된다. “신 아모르 라 루나 노 브리야 엔 미”, 사랑 없이 달은 날 비추지 않는다지만.

 


moon never rises / calexico

my love is true(love song)

https://www.youtube.com/watch?v=B2CpSL7Ztqc&feature=player_detailpage

 

이 노랠 처음 들었던 때를 분명히 기억한다.
이름은 잊어버린 학교 앞 “음악다방”이었다. 우리는 ‘프레쉬맨’이었고
통일전선전술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길 좋아하던 어떤 친구가 곁에 있었다.
(그 다방은 지금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곳으로부터 몇백미터 안쪽에 있었다.
그 친구의 집도 비슷하니 가까운 곳에 있었다.)

거기서 우연찮게 두 노랠 들었는데 하나는 “은막의 제왕”이었고
다른 하나는 이 곡이었다. 둘 다 처음 들었고 둘 다 너무 멋졌다.
그리고 오래도록 좋아했었다.

 

my love is true.
알다시피 그런 말 굳이 필요없지만
그런 말 꺼내야 한다면 이 노래처럼 조금은 서글플지도 모르겠다.
my love is true.
(like the first star of the night)
‘love’라 발음할 때 잠시 눈부신 빛을 발하다 스러지는 심벌즈 소리처럼.

‘TRUE’라는 상표를 새긴 탄환이라도 장전한 것일까.
(it’s rooted deep in fear)
서부극의 한 장면에나 어울릴법한 울림을 지닌 기타 소리가
누군가의 가슴을 향해 날아갔다.​

 

my love is true.

​……true.

​……false.

​……true.

​……false.

 

알수달수 없겠다던 어린 시절 ‘찍기’처럼
저 혼자 오락가락 했던 때.

 

 

(이 곡의 원작자는 deroll adams로 도노반은 그의 노래 몇곡을 리메이크 했으며
데롤 애덤스를 소재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잡음 가득한 애덤스의 원곡은 촌스럽고 좀 더 쓸쓸하다.
도노반과 애덤스의 연결은 내가 램블링 잭 엘리엇을 듣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My Love is True (Love Song) / Donovan

My heart is like a flower for my love
That blooms as I hold her tenderly
But it’s rooted deep in fear
Just as heavy as a tear
That whisper low, her lover is not for me

My love is true
For her it is true
And I pray that her love is mine

My love is like the first star of the night
That brightened up the world’s first darkness
Like love stories very old
A million times been told
Her eyes are worth more than bright diamonds

My love is true
For her it is true
And I pray that her love is mine

My love is true
For her it is true
And I pray that her love is mine

Alone at night in my dark lonesome room
I like awake a-sadly dreaming
Although you’re not very near
Still I can hear
Your soft and tender heart a-beating

My love is true
For her it is true
And I pray that her love is mine

My love is true
For her it is true
And I pray that her love is mine​

(Music and lyrics by Derroll Adams)

Hurt – Heart of OLD

: Johnny Cash

 

The needle tears a hole
The old familiar sting
Try to kill it all away
But I remember everything
― Hurt, Nine Inch Nails

 

자니 캐시에 대해 아는 것은 별로 없다.
TV쇼와 Ghost Riders in the Sky, 그리고 딜런의 <내쉬빌 스카이라인>에서
그의 목소리를 조금 들었을 뿐이다.
어딘지 살짝 불편하고 뭔가 유들유들한 이미지였으나 그렇다고 그게 아주 싫지도 않았던.

그리고 우연히 그가 말년에 노래한 Hurt를 들었다. 충격적이었다.
노래도, 얼굴도, 그리고 그 노래가 인더스트리얼 록 그룹의 것이었다는 사실도.
하지만 ‘Heart of Old’라고나 할까.
그는 정말 그 곡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나인 인치 네일즈의 것과 캐시의 곡은 가사만 동일한 전혀 다른 노래 같았다.
또 엄밀히 말하자면 똑같은 가사조차도 다른 무엇처럼 보였다.

똑같은 문장을 나열해놓고 전혀 다른 의미의 해설을 달았던
보르헤스의 어느 단편처럼
그의 가슴 속에 박힌 ‘9인치 짜리 못’은 참으로 전혀 다른 것이었다.

삶의 무게일지 죽음의 무게일지 그것의 총합으로 상징되는 무엇일지 모르지만
세상 많은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겪으며 황혼에 다다른 한 노인의 모든 것이
노래 속에, 화면 속에 온전히 담겨 있었다.
젊은 날의 모습들, 수많은 트로피, 깨어진 레코드 액자들, 식탁 위에 쏟아지는 포도주……
예수의 고난과 한 노인의 회상/회한을 뒤섞어 보여주는 것도
이 노래에 또 다른 무게감을 더해주었다.

Closed to the Public,
그러나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것들……

Hurt를 노래한 다음 해 그는 세상을 떠났다.

 

(P.S. 이 동영상의 전반적인 모습이 누군가의 그림을 빼다박은 것 같은데 딱 집어내지는 못하겠다.)

 

/2014. 11. 10.

Roy “the Breast-bone” Harper 

<Stormcock>, Roy Harper
● 1971

 

Producer : Peter Jenner
Sound Engineers : John Barrett, Peter Bown, John Leckie, Phil McDonald, Alan Parsons, Nick Webb
Additional musicians : David Bedford, Jimmy Page

Stormcock is arguably Roy’s finest achievement. It contains four long songs, and to me it shows the very best of both Roy’s writing and playing ability. The songs are so strong that they are still played in live sets today. The album includes some very appropriate arrangements by David Bedford, and guitar by S. Flavius Mercurius, also known as Jimmy Page.

 

경솔한 마음의 잘못으로
어느새 죄를 이몸에 지녔도다
청정하신 신이여,
어여삐 여기시어 연민을 베푸소서.
<물종기에 걸린 사람이 바루나에게 용서를 비는 노래, 리그베다>

 

Roy Harper. 그를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쉽지가 않습니다. 그의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저려옵니다. 때로 부드럽고, 때로 격렬하고, 아름답게 울려퍼지다 추악한 목소리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Donovan의 목소리처럼 처량하게 울려퍼지는가 하면 Albert Hammond처럼 껄쭉한 목소리로 노래합니다.

하지만 더 깊은 목소리라고나 해야 할까요. 자신의 친구이기도 한 David Gilmour처럼 노래하는가 하면 Roger Waters처럼 뒤틀린 삶을 공박합니다. 장정일은 또다른 로이 – 로이 뷰캐넌을 가리켜 “그 자신이 기타였던 로이”이라고 했지만 난 그걸 그다지 믿지 않습니다. 로이 하퍼는 자신의 기타로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현을 울립니다.

 

 

Hors d’Oeuvres (8:37)
잔잔한 슬픔과 아름다움이 있는 노래입니다. 무심한듯 한음씩 낮아져 가는 기타 소리가 반복되며 무게를 더해가는 것 같습니다. 저음에서 가성까지 Harper의 목소리가 참 슬프게 이어집니다. 하지만 그의 노래에는 약함과 강함, 슬픔과 정열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스캣 창법으로 부르는 대목이 참 듣기좋은 곡입니다.

The Same Old Rock (12:25)
비장한 느낌을 갖게 하는 아름다운 소리ㅡ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특히나 빛을 발합니다. 보컬 파트는 한동한 장조의 잔잔한 멜로디로 이어지다 점차 단조로 바뀌어 갑니다. 보컬 시작 부분은 영국 민요 같은 느낌이 있는데, ‘슬픔과 평안’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감상이 함께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노래가 급격히 단조로 바뀌어가면… 미칠 것 같은 슬픔.
이 노래의 후반부는 꽤 격렬한 포크 기타와 보컬을 들려주는데 그것은 결코 ‘기승전결’의 절정이 아닙니다. 자연스레 터져나오는 감정의 폭발같은 격렬함이며, 내 마음도 그 폭발을 따라가는 기분을 갖곤 합니다.
이 앨범의 모든 노래에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만 적절한 베이스와 드럼이 사용되었다면 그야말로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기타와 그의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한 아름다움입니다. My breast bone harper…

One Man Rock and Roll Band (7:23)
반드시 성공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특이한 사운드를 가진 곡입니다. 블루스 록 풍의 곡임에도 보코더를 사용하여 목소리는 변조된 채 약간은 기계적으로 들립니다. 지미 페이지의 기타는 Led Zepplin을 연상케 합니다. 역시 드럼과 베이스를 사용하고 정상적인 세팅으로 녹음되었다면 상당히 멋진 블루스 넘버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큰 아쉬움이 있더라도 무엇이든 용서가 가능한(!) Stormcock입니다. Harper 자신은 이 곡에서의 지미 페이지의 기타 연주에 대단히 만족해 했습니다.

Me And My Woman (13:01)
슬픔 속의 Stormcock. 하지만 그 슬픔은 결코 나약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Neil Young이 사춘기적 감성으로 날카롭고도 깊은 외로움을 노래한다면 Harper의 노래 속에는 주체하지 못할 슬픔과 무르익은 열정이 배어 있습니다. 낮은 읊조림에서나 거친 고음에서나 텅빈 가슴에 공명을 일으키는 그의 아픈 목소리…… 가성으로 높게 올라가며 “Me and my little woman”이라고 노래하는 그 목소리를 듣노라면 그가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노래하는 것 같습니다. 그가 우는 게 아니라 내가 우는 듯한 느낌입니다. “Whatever Happened to Jugula” ㅡ 내가 그를 노래합니다.

 

그대 노래하는 이는
물속 한가운데 서있어도
갈증은 그로부터 사라질 줄 모르니,
어여삐 여기시어 연민을 베푸소서.
<물종기에 걸린 사람이 바루나에게 용서를 비는 노래, 리그베다>

 

1999. 6. 7.

PS.
(Peter) Jenner로부터 예방접종을 받아야 하겠습니다.^^

Her Breast-bone Harp

<Cruel Siste>,  Pentangle

 

포크 음악이란 무엇일까요. 어릴 땐 막연히 70년대 청바지를 떠올리며 통기타나 어쿠스틱 악기들을 사용하는 음악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여길 것이며, 그것이 전혀 틀린 생각은 결코 아닙니다.

그러나 제가 이해하는 포크 음악이라는 것은 민요와 구전가요의 전통을 이어받은 음악입니다. 따라서 그것은 옛음악의 계승이나 재현, 또는 발전이라는 형태를 가지며, 자연스럽게 어쿠스틱 악기들을 사용하는 것일 것입니다. 또한 전자악기나 드럼을 사용한다고 해서 포크음악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그 역시 편견이라고밖에 지적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의 포크음악은 ‘포크가수’로 불리우는 사람들에 의해 많은 오해와 왜곡을 불러일으켰음도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것이 반드시 나쁜 의미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라 해도 민요의 전통은 너무 많은 곳에서 ‘그대로 따라하기’이거나 아니면 정반대로 외면당해 왔기 때문입니다.

외국의 경우라 다른 면들도 많겠지만 Pentangle은 바로 그런 점에서 민요의 본질을 잘 파악한 포크 그룹이라 하겠습니다. 저는 그들의 네 장의 앨범을 들었습니다만 어느 앨범에서나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한결같았습니다. Pentangle에 관한 그러한 느낌들은 Omie Wise를 처음 듣는 순간부터 내 머리 속에 박혀버렸습니다.
Spirogyra나 Magna Carta, Mellow Candle, Clannad 같은 포크 그룹들의 특출함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Pentangle처럼 철저하게 포크의 전통을 이어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Spirogyra는 흔히들 말하듯 art rock적인 성격이나 록큰롤의 분위기를 함께 갖고 있으며, Magna Carta는 팝적인 성향이 많습니다. Mellow Candle이나 Clannad는 켈틱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면서 뉴에이지적인 성향과 팝적인 성향을 가지다 보니 때로는 얄팍한 면들도 발견하게 됩니다. Fairport Convention은 비교적 Pentangle과 비슷하지만 보다 현대적인 느낌이지요. 그런 면에서 Pentangle은 가장 영국적인 포크 그룹인지도 모르겠습니다.

 

 

Cruel sister 앨범 또한 민요와 구전가요의 전통을 잘 반영한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타이틀곡 Cruel sister는 유럽의 동화에서 가끔 발견할 수 있는 ‘엽기적’인 대목을 포함하고 있지만 슬픔과 비장함의 확대를 위한 장치로 이해하면 무리가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벌어지는 자매간의 이야기를 그린 이 곡에서 언니(Cruel sister)는 욕심과 질투로 동생을 바다 구경 시켜준다며 데려가 물에 빠져 죽게 합니다. 두사람의 음유시인이 해변에서 그녀의 시신을 발견하고 (좀 끔찍합니다만) 그녀의 breast bone과 three locks of yellow hair로 하프를 만듭니다. 그 슬픈 악기를 가지고 그녀의 집으로 가니 하프가 혼자서 구성지게 울려댄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곡입니다. Pentangle판 공무도하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누군가 Cruel Sister 앨범에 관한 리뷰에서 타이틀곡 Cruel Sister를 듣는데는 상당한 내공(?)이 필요하다는데 나는 내공이라는 건 손톱만큼도 없는 사람이지만 반복되는 리듬임에도 조금도 지루하지 않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단 네 줄의 노랫말(그것도 두줄은 늘 똑같은 것)을 조금씩 바꾸어 가며 같은 곡조가 무려 열아홉번이나 반복되지만 악기가 추가되면서 일어나는 미묘한 변화와 함께 가끔씩 등장하는 시타의 환상적이고도 미묘한 애드립이 그 지루함을 잊게 해주었습니다.

John Renbourn이 연주하는 시타는 이 곡에서 동양풍이 아닌 어쿠스틱 기타 스타일의 음계를 들려주는 것도 특이합니다. 더불어 Danny Thompson의 더블베이스는 단순하게 연주되면서 서러움을 더해주고 있으며, Terry Cox의 dulcitone(dulcimer의 변형?) 연주도 대단히 아름답게 들리는 노래입니다. 물론 Jacqui McShee의 보컬은 변함 없이 구성진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이 곡의 단순함과 지루함에 식상해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이들의 빼어난 악기 연주만으로도 충분히 즐겨 들을만한 Cruel Sister일 것입니다. 제가 들어보았던 Pentangle의 다른 앨범들에 비해 곡마다의 색채가 부족한 앨범이었지만, Cruel sister만으로도 나는 이 앨범을 가끔 듣게 될 것입니다.

그녀는 나의 자매 같은 느낌 – 하염없이 파도 속으로 잠기어 가던 breast-bone harp의 울림을 함께 나누며.

 

 

 

There lived a lady by the North Sea shore
(Lay the bent to the bonnie broom)
Two daughters were the babes she bore
(Fa la la la la la la la la la)

As one grew bright as in the sun
So coal black grew the elder one

A knight came riding to the lady’s door
He’d travelled far to be their wooer

He courted one with gloves and rings
But loved the other above all things

Oh sister will you go with me
To watch the ships sail on the sea?

She took her sister by the hand
And led her down to the North Sea strand

And as they stood on the windy shore
The dark girl threw her sister o’er

Sometimes she sank, sometimes she swam
Crying sister reach to me your hand

Oh sister, sister let me live
And all that’s mine I’ll surely give

It’s your own truelove that I’ll have and more
But thou shalt never come ashore

And there she floated like a swan
The salt sea bore her body on

Two minstrels walked along the strand
And saw the maiden float to land

They made a harp of her breast bone
Whose sound would melt a heart of stone

They took three locks of her yellow hair
And with them strung the harp so rare

They went into her father’s hall
To play the harp before them all

But as they laid it on a stone
The harp began to play alone

The first string sang a doleful sound
The bride her younger sister drowned

The second string as that they tried
In terror sits the black-haired bride

The third string sang beneath their bow
And surely now her tears will flow

 

/1999. 5. 10. 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