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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지난 10년간의 음악듣기+

오래도록 좋아했던 케일이 세상을 떠났고, 잊지 못할 자장가를 내게 알려준 리언 레드본도 마찬가지다. 타운즈 반 잰트의 경우, 내가 그의 음악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었을 때 그는 이미 이 세상에 없었다. 많은 늙어버린 가수들의 모습이 저물어가는 시대를 느끼게도 한다. 오래도록 좋아해온 밴드와 가수들에 대해선 여전하다. 비틀즈, 밥 딜런, 핑크 플로이드에서 로이 하퍼, 도노반, 크리스티 무어에 브라질, 중남미 음악 등등…… 10대 시절부터 좋아했던 가수와 밴드들의 상당수 또한 지금은 잘 듣지 않아도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 있다. 최근의 10여년 사이에 귀를 열게 된 다른 아티스들도 꽤 많다. 탐 웨이츠, 베티 라벳, Read More

If We ever Meet again : Leon Redbone

연말이 오면 생각나는 아티스트 가운데 한사람은 리언 레드본이다. <크리스마스 아일랜드>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의 많은 다른 노래들 또한 엄동설한 속에서도 따스함을 전해주는 것들인 까닭이다.

내가 그의 목소리를 처음 들은 것은 닉 놀테가 주연을 맡은 어느 미스터리 영화(겨우 찾은 영화의 제목은 Everybody Wins, 1990작)를 통해서였다. 그가 운전할 때 오래된 재즈 스타일의 멋진 노래가 나왔는데 그게 바로 리언 레드본의 <Seduced>였다. 가사를 알게 되면서 그 곡을 더 좋아하게 되었고 영화에서 노래가 끝나는 장면은 “꿈깨라” 하는 느낌이 드는 것이 꼭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레드본의 노래를 찾기 시작했다. Read More

6분의 영원

Dreams for Sale
The Twilight Zone, 1985
(Tommy Lee Wallace)

 

<매트릭스4>가 나온다고 들었다. <매트릭스>는 나쁘지 않았지만 화려한 비주얼로 채워진 이후의 시리즈들로 해서 인상적인 느낌은 별로 없다. 하지만 (영화 자체에 대한 기대감이 아니라) 4편에 대한 이런저런 추측들은 조금 흥미로왔다. 영화 속에서 우리가 현실이라고 생각했던 것, 네오의 눈이 멀고 트리니티가 죽었다는 ‘현실’이 또다른 단계의 가상현실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었다. 그런데 <Dreams for Sale>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접근을 통해 현실과 꿈의 전도를 보여주었다.

1980년대의 끝자락이었던가 모르겠다. 나는 <환상특급>을 꽤 좋아했다.(반면에 <X파일>은 딱히 즐겨본 적이 없다.)  <Dreams for Sale>은 그때 보지 못했던 것을 최근에야 봤다. ‘Twilight Zone’의 주인공은 미래세계에서 10여분의 가상현실 체험을 한다. 그녀가 택한 것은 소풍을 테마로 한 것이었고 남편, 딸과 함께 행복한 야외 피크닉을 즐기는 것이었다. 그런데 가상현실 장비에 문제가 생겨 그녀의 피크닉은 비정상적인 에러를 만들어냈고, 결국 그녀는 깨어나고 말았다. 그녀가 믿었던 현실이 고장난 비정상적으로 깨어져 플레이되었기 때문이다. Read More

Okie : 돌아가지 못한 밤

J. J. Cale, 1974.

 

 

케일은 이미 꿰고 있던 시절이었고, CD 앨범도 당연히 갖고 있던 때였다. 하지만 조빙의 몽롱한 브라질을 보고 들은 이래 내 마음은 온통 “질서와 진보”라는 구호가 새겨진 국기를 지닌 나라로 가 있었고, 오직 Garota de Ipanema가 내 곁을 채우고 있던 시절이었다.

그녀가 영국에서 잠깐 한국에 왔고 그때까지 두 사람 사이가 아주 어색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살짝 밤비가 내리던 밤이었다. 가디건이었거나 긴소매 티셔츠였거나 그랬을 것이다. 그녀는 지하철을 타고 와서 아무 말없이 옷 아래쪽으로 손을 집어넣더니 품속에서 레코드판 한 장을 꺼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앨범에 떨어진 약간의 빗방울을 소매로 닦아 내게 주었다. 품위도 없고 분위기도 없었지만 내 마음을 뭉클하게 하곤 했던 것, 그게 그녀의 방식이었다. 이역만리에서 내게로 전해진 LP 1장 ㅡ 하지만 그것은 이별의 선물 같은 것이기도 했다. Read More

속하지 못한 모든 시간

이름마저도 햇살 가득했던 그곳, 밀양. 열네살 즈음 라디오에서 존 덴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를 듣고는 무척 좋아했다. 아홉살에 부산으로 전학 온 나는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했고 유년기에서부터 내 생각은 안으로 안으로만 향했던 것 같다. 소니 카세트라디오와 학생애창365곡집에서 얼마나 많은 고향을 그렸는지 모른다. Read More

noon burned gold into our hair

8월 하고도 24일, 여름도 이제 거의 끝자락이고 우리들 셋의 생일도 모두 지나갔다. 늦은 밤과 새벽의 공기는 전에 없던 차가운 기운도 느껴진다.

핑크 플로이드도 그렇지만 언제부터인가 도어즈 노래도 그렇게 자주 듣진 않는다. 마음 속에서 지워진 것은 아닌데 감정적인 겨를(?)이 없다고나 할까. 서글픈 일이지만 이제는 내 나이가 그들 음악의 나이를 한참 뛰어넘은 까닭일지도 모르겠다.

 

it’s better to burn out than to fade away
it’s better to burn out than it is to rust

 

라던 닐 영의 노랫말처럼 한때 마음을 흔들던 멋진 가사들이 나의 일이 아닌 것과 비슷한 무엇이다. 아니면 이상의 이야기처럼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경칠…… 화물 자동차에나 질컥 치여 죽어 버리지. 그랬으면 이렇게 후텁지근헌 생활을 면허기라두 허지.”
하고 주책없이 중얼거려 본다. 그러나 짜장 화물 자동차가 탁 앞으로 닥칠적이면 덴겁해서 피하는 재주가 세상의 어떤 사람보다도 능히 빠르다고는 못해도 비슷했다.(공포의 기록)

 

하지만 그렇게 자조하던 이도 ‘rust’로 ‘fade away’ 하지는 않았지만 하루 하루 땜질 하듯 사는 사람은 녹슬어 허물어지는 것을 보면서도 어찌 할 도리도 없다.

그럼에도 이때 쯤이면 도어즈의 노래 하나는 늘 내 마음을 다시 흐르곤 한다. 언제부터인가 그 노래는 앨범의 소프트한 분위기가 아닌 피아노 연주가 전면에 등장하는 그들 초기의 데모 버전+을 떠올린다. 그리고 내 마음을 매혹시키는 한 줄을 기다린다. “noon burned gold into our hair”이다.

이상하게도 그 한줄에서 나는 가진 적 없는 빛과 열정의 순간들과 그 벼랑끝에서 맞딱뜨릴 허무함 같은 것을 느끼곤 한다. 데이빗 린치가 또박또박 발음하며 들려주는 일기예보에서 golden sunshine이라는 단어가 아주 잠깐 내 마음을 밝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but also hopefully those beautiful skies and golden sunshine, 2020. 8. 23). 그 무엇도 없는데 우습게도 허무한 느낌만은 비슷한 시늉을 하고 있으니 나의 썸머타임은 그렇게 실없이 떠나갔다. “noon burned gold into our hair”의 순간들을 꿈처럼 그리면서.

/srs.

 

 


/summer’s almost gone, doors

 

 

+오래도록 내가 좋아해온 이 버전은 1965년 9월 2일 로스엔젤레스에서 녹음되었다. 모두 6곡의 데모가 만들어졌으며, 레이 만자렉의 형제들이 기타와 하모니카를 연주했다.(로비 크리거는 참여하지 않았다.)

내일은 까리니또

어제.
창녕의 강가에는 내내 답답하게 지내던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북적거렸다.

하지만 아무렇게나 대어놓은(주차가 아니다!) 차들에서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어
가고 싶어도 갈 마음이 나지 않았다.
나는 그저 창녕집에서 맥주 조금 마시며 늦도록 이런저런 음악을 틀었다.
……데카메론 같은 사연은 없이.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