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프레스 에러
오늘 아홉시 무렵부터 미스터.리 케이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다운이 되었습니다.
여기저기 관련 사이트를 뒤져본 결과
문제의 원인이 된 프로그램이 게시판인 것 같았습니다.
낮에 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 에러가 발생한 것도 그때문인가 봅니다.
어찌어찌 게시판 플러그인을 중지시켰더니 사이트는 연결이 됩니다.
다만 그 결과로 게시판은 제거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현재로선 시간이 걸릴 것도 같은데 아직은 모든 것이 불분명합니다.
추후의 진척 상황은 이 글에 덧글로 붙이도록 하겠습니다.
+
다행이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고난 후 두어시간 만에 해결을 했습니다.
http error 500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상황이었는데
전문가(?)들의 처방전은 모두 실패했고 현재도 애매하게 문제를 푼 상태입니다.
또 워드프레스/게시판 전반에 걸쳐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
조만간 시간을 충분히 두고 어떤 조치가 있어야 할 듯 싶습니다.
퍼펙트 데이
그 사이 몇 개의 빈 칸이 질러져 있었을까
상그리아 홀짝대던 공원의 꿈을 깨고
퍼펙트와 데이 사이에 무엇인가 빠져버린 날
무비 스타도 은막의 제왕도 부러울 것 없는
있는 그대로
없는 그대로
하지만 빈센트 퍼니어의 달콤했던 침대는 전무후무였고
너와 나 사이에서 내가 빠져버린 날
슬픔이여 좋은 아침
화창한 날의 햇살
온종일 소리로 채워보려 하지만
끝없이 갈라지는 두 갈래의 길
심은대로 거둘지니
퍼펙트와 데이 사이가
칼날처럼 위태롭고 퍼펙트하게 아득한 날
있는 그대에게
없는 그대에게
+
다섯 곡의 노래 제목과 그들의 가사 일부,
그리고 단편 제목 하나를 차용하였다.
이 글을 쓰게 만든 여섯번째 노래는……
책들의 운명
피치 못할 운명이 만들어낸 어떤 방이 있었다. 세상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거나 잃어버렸을 크게 다르지 않은 방이다. 애초에 책장이가 없던 그곳에 어느 날 나는 책을 가져다 둘 마음을 내었다. 그리고 책장을 마련하면 무슨 책들을 꽂을지 생각을 좀 했다. 전공이라는 말은 전혀 의미가 없을 정도, 나는 철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관심도 별로 없었다. 철학적인 것을 싫어한다기보다는 학문으로서의 철학에 대해 조금 냉소적이었던 것 같다. 추리소설과 과학소설, 환상소설을 좋아했었고 천문학, 물리학이 보다 철학적이라 믿어 의심치 않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도 그때 구입했던 관련서적들이 있지만 그 가운데 어떤 분야는 펼쳐본지 오래다. 아무튼 이런저런 변화를 거치며 어딘가에 좋아하는 시집과 좋아하는 작가의 (거의 전집에 가까운) 책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기를 바랬다. 그래서 책장 한단 정도의 크기에 정사각형에 가까운 두 개의 칸으로 된 얇다란 책꽂이를 하나씩 구입해서 틈나는대로 조립하고 쌓아 단출한 책장을 완성하였다. 게으르고 정리를 잘 못하는 사람이지만 그 하얀 책꽂이가 바래가며 연미색으로 바뀌어가는 세월에 대해 생각하며 조금 소박한 꿈을 꾸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책장의 빈 자리에 전혀 엉뚱한 것들이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나는 불같이 화를 냈지만 그래봤자 그다지 의미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찮은 내 꿈이 꼭 그만큼으로 하찮게 엉클어짐에 낙담했으나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어느 날에는 조립해서 쌓아뒀던 책꽂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버렸고 튼튼하지만 아주 버겁게 생긴 큼지막한 책꽂이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새하얀 나의 꿈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전혀 다른 용도의 물건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 투박한 책꽂이에는 겨우 두세칸에 내가 좋아하는 책들이 꽂혀 있을 뿐이었지만 그것에 점차 익숙해졌고 이 모두가 내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려니 했었다. 하지만 그 익숙함이 무색하게도 더 투박하고 더 높아 천장까지 닿는 책꽂이가 새로이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아끼는 책들은 모두 엉뚱한 장소로 옮겨져 있었다. 다시 한번 화를 참기 어려웠고 그 책들을 닥치는대로 끄집어내어 보따리를 쌌다. 어딘가 전혀 다른 곳에 그것들을 방치하기 위하여. 잃어버릴 수도 있고 쉽게 삭아버릴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운명이라면 운명이려니 할 것이다. 그것에 관한 예감을 갖고 있었던지 언제부터인가 책을 갖기 보다는 도서관에서 빌려보기를 더 좋아하고 필요한 부분만 기억하는 것을 더 즐겨한다. 많은 것들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겠지만 그것이 영원한 망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믿는다. 그리고 흩어져버린 책의 운명은 <애플비씨의 질서바른 세계>+를 생각나게 한다. 질서는 무질서에 패했고 그 무질서는 자신의 잘못과 죄에서 비롯된 것임에 다를 바가 없다. 그것이 살아 있는 한 감내해야 할 죄값인지는 납득할 수 없지만, 책들이 나의 운명인지 흩어져버린 책꽂이가 나의 운명인지 천장까지 다다른 텅 빈 책장이 그러한지도 알 수 없지만 그렇다.
+스탠리 엘린
(필요없는) 번역
가끔 “지금 이 기분”을 대신할만한 노랠 생각하는데 실없이 시간을 보내곤 한다. 오늘도 숱한 후보들이 있었으나 모두 사라졌고 뜨라두지르-씨 traduzir-se가 귀에 들어왔다. 이것이었다. 이 노래의 가사가 페헤이라 굴라르의 시에서 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나는 이 복잡하게 생겨먹은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몰랐다. 굴라르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 다큐멘터리를 통해서였으나 번역 자막이 없었던 까닭에 그에 관해서도 얼굴과 이름 정도만 희미하게 기억하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참으로 극적으로 굴라르에 관한 논문을 찾게 되었고 거기에 ‘번역’이 있었다. 번역할 수 없는 오늘 이 마음에 유일한 위안의 순간이 있었다면 바로 그것이었다. 굴라르의 구체시에 관해서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번역>으로 충분하였다. 뜨라두지르-씨, 도무지 번역할 수 없는 괴로움에 일조하기 위하여.
나의 일부는
모든 사람이고
다른 일부는 그 누구도 아니다
끝없는 심연
나의 일부는
군중이고
다른 부분은 낯설음과
고독
나의 일부는
곰곰히 무언가를 생각하고
다른 일부는 미쳐간다……(후략)
/번역, 페헤이라 굴라르, 이승덕 역.
( 2016년 12월 ㅡ 굴라르는 내가 그의 ‘번역’을 읽기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났다.)
/raimundo fagner
그는 선약이 있다고 했다 ◎
메이저 영감이 그러했듯 그는 지난 밤의 꿈을 껄끄러운 목소리로 노래하고 읊었다. 발음은 부정확해서 알아듣기 어려웠으나 자신감이 넘쳐났고 사람들은 미처 다 듣지도 못한 그의 꿈에 대해 수많은 심오하거나 얄팍하거나 멋지거나 낯뜨거운 풀이들을 해내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그 꿈은 수많은 다른 꿈들이 되어 그들 각자의 것이 되었고 또 처음으로 꿈을 이야기했던 그 자신의 것이 되기도 했다. 타고난 재능인지 다시 없을 복인지 둘 다인지 몰라도 그 모든 것은 그의 꿈이었고 그것이 일이었고 그리 되었다. 하지만 그는 단 한번도 그것이 자신이 꾼 꿈이라고 정확히 말한 적은 없었다. 메이저 영감의 꿈은 몇몇 돼지들을 더욱 살찌우고 사람처럼 걷게 만들었을 뿐이지만 그의 꿈이 더 특별하고 더 평등한 돼지들을 만들어내지는 않았다. 그의 흐릿한 시력같은 모호함이 아스라한 탑을 만들었고 자신의 꿈을 수없이 변용케 했을 뿐이다. 사기꾼이라고 한다면 그는 멋진 사기꾼이거나 꼬리를 잡기 쉽지 않은 고단수, 그 꿈의 절정 가운데 하나가 그에게 왔을 때조차도 그는 선약(pre-existing commitments)이 있다고만 했을 뿐이다. 온갖 창의적인 비난 속에서도 월계관의 자리를 마다하지 않았으나 그곳에 있기를 원하지는 않았다. 그의 선약이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이라는 자식들과의 만남일지 그 무슨 하찮거나 의미있는 일일지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은 그것으로도 또다른 꿈을 꿀 수 있을 것이다. he’s not there ㅡ 그가 거기 있거나 없거나 상관없이.
리듬 본
케일과 옛 친구들 ㅡ 동료 연주자들의 자유롭고도 멋진 한 순간을 잠깐 돌아볼 수 있는 곡이다. 기타 연주 하는 부분을 보면 다른 연주자들의 솔로도 꽤 멋지고 부담없이 편안한 분위기는 보는 이에게도 비슷한 느낌을 준다.
<rythmn bone>은 2003년 그의 고향 털사(오클라호마)의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것으로 언젠가는 이 곡을 포함한 일련의 세션들이 앨범으로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리듬 본(rythmn bones)은 본래 장단을 맞추는데 사용되는 쌍으로 이루어진 악기인데, 이 노래의 제목이 단수인 것으로 봐서 ‘리듬을 타는 사람’, ‘리듬을 타고난 사람’ 같은 의미가 아닐까 마음대로 추측해본다. 음악도 삶 자체도 그랬듯 그는 떠나는 것도 참 단출했다.
/j.j. ca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