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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나의 라떼

(21년만에 다시, “donovan, 그리고 행복“에 덧붙여.)

 

맛에 대해 거의 무지한 편이다. 그저 짠것 별로 좋아하지 않고 조미료 많이 들어간 음식 먹으면 구토증세가 있고, 일반적으로 알려진 혐오식품류(?)는 전혀 안먹는다는 것 정도.

커피를 상당히 좋아하지만 맛에 관해서 무뎌서 가리지 않고 잘 마신다. 커피믹스, 아메리카노, 연하게 탄 인스턴트 블랙커피, 베트남 커피, 게다가 상당히 달고 느끼한 베트남 커피믹스까지도 잘 마신다. 그래도 제일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그건 라떼다. Read More

my love is true(love song)

https://www.youtube.com/watch?v=B2CpSL7Ztqc&feature=player_detailpage

 

이 노랠 처음 들었던 때를 분명히 기억한다.
이름은 잊어버린 학교 앞 “음악다방”이었다. 우리는 ‘프레쉬맨’이었고
통일전선전술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길 좋아하던 어떤 친구가 곁에 있었다.
(그 다방은 지금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곳으로부터 몇백미터 안쪽에 있었다.
그 친구의 집도 비슷하니 가까운 곳에 있었다.)

거기서 우연찮게 두 노랠 들었는데 하나는 “은막의 제왕”이었고
다른 하나는 이 곡이었다. 둘 다 처음 들었고 둘 다 너무 멋졌다.
그리고 오래도록 좋아했었다.

 

my love is true.
알다시피 그런 말 굳이 필요없지만
그런 말 꺼내야 한다면 이 노래처럼 조금은 서글플지도 모르겠다.
my love is true.
(like the first star of the night)
‘love’라 발음할 때 잠시 눈부신 빛을 발하다 스러지는 심벌즈 소리처럼.

‘TRUE’라는 상표를 새긴 탄환이라도 장전한 것일까.
(it’s rooted deep in fear)
서부극의 한 장면에나 어울릴법한 울림을 지닌 기타 소리가
누군가의 가슴을 향해 날아갔다.​

 

my love is true.

​……true.

​……false.

​……true.

​……false.

 

알수달수 없겠다던 어린 시절 ‘찍기’처럼
저 혼자 오락가락 했던 때.

 

 

(이 곡의 원작자는 deroll adams로 도노반은 그의 노래 몇곡을 리메이크 했으며
데롤 애덤스를 소재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잡음 가득한 애덤스의 원곡은 촌스럽고 좀 더 쓸쓸하다.
도노반과 애덤스의 연결은 내가 램블링 잭 엘리엇을 듣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My Love is True (Love Song) / Donovan

My heart is like a flower for my love
That blooms as I hold her tenderly
But it’s rooted deep in fear
Just as heavy as a tear
That whisper low, her lover is not for me

My love is true
For her it is true
And I pray that her love is mine

My love is like the first star of the night
That brightened up the world’s first darkness
Like love stories very old
A million times been told
Her eyes are worth more than bright diamonds

My love is true
For her it is true
And I pray that her love is mine

My love is true
For her it is true
And I pray that her love is mine

Alone at night in my dark lonesome room
I like awake a-sadly dreaming
Although you’re not very near
Still I can hear
Your soft and tender heart a-beating

My love is true
For her it is true
And I pray that her love is mine

My love is true
For her it is true
And I pray that her love is mine​

(Music and lyrics by Derroll Adams)

Donovan, 그리고 행복

사실 나는 도노반을 ‘사랑한다’. ○○살 먹은 남자가 할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ㅡ 진심으로 사랑한다. 그 동화같은 노랫말을 사랑하고,때로는 철없이 들리는 그 멜러디들을 사랑한다. Atlantis를 회상하는 낭랑한 목소리를 사랑하고, 어쩌다 찐득하고(?) 변태적인 듯한 노래들을 사랑한다.(진짜 이상하다… ^^;)

도노반의 노래는 몇가지 전혀 다른 유형이 있다. 집시의 애잔함을 간직한 전형적인 포크 음악도 있고, 앨리스 쿠퍼 같진 않지만 약간의 마성을 드러내는 몇몇 곡들도 있다. 간결하고 경쾌하고 발랄한 노래들이 있고,철학적인 탐색을 추구하는 심각한 노래들도 있다. 그리고 섹스에 대한 은유와 상징들이 드러나는 노래들도 있다. ‘이거 정말 심하군’하고 느낄 만큼 노골적인 대목들도 많이 있다.
이처럼 다양한 스타일과 특이한 노랫말들이 있기에 히피세대의 정신적 지주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앨런 와츠는 그의 저서 <물질과 생명>에서 도노반의 음악을 비틀즈와 함께 높이 평가하였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는 동화속의 왕자처럼 행복한 꿈을 꾼다. 아름다운 자연, 신비한 집시, 서러운 동요들을 그 낭랑한 목소리로 읊조려 나간다. 나무와 새와 바람과 파도와 행복이 넘치는 세상에 대한 노래들이다. 나는 내가 가진 도노반의 음반들에 수록된 곡들을 나름대로 분류해서 테잎에 담아 자주 듣는다. 그 분류법이란게 지극히 단순/무식한 것이지만 번잡한 일과를 치루면서 듣기에는 효율적인 것이었다.

며칠전 3월의 햇볕이 봄을 알리듯 따사로운 오후였다. 한산한 사무실에서 도노반의 동화같은 노래들을 듣고 있었다. 그다지 슬픈 노래들도 아니었고,예쁜 노랫말과 아기자기한 분위기의 경쾌한 노래들이 연이어 흘러나오는어느 순간, 갑자기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꼈다. 너무도 간절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깨닫는데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그것은 ‘나도 행복해지고 싶다’는 한 순간의 너무도 간절한 바램이었다. ‘간절하다’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할 정도로 간절한 느낌…

○○살이 되도록 도대체 나는 무엇을 했단 말인가. 나른한 오후의 사무실에서 한 순간 모든 것이 허깨비로 변해감을 느꼈다. 철없는 목소리는 여전히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나는 그 노래속의 주인공처럼 행복하고 싶었다. 이른 출근, 이른 퇴근, 사랑하는 사람, 가족, 아이들, 가정, 따뜻한 저녁 식탁,오붓한 시간, 포근한 밤…
이 모든 것들이 (롤링 스톤스의 노래 제목을 빌리자면) “2,000 light years from me” 같은 느낌이 들면서 너무나 비참해지는 것이었다. 도노반의 그 노래들이 한 순간 너무도 역설적으로 내게 들리고 있었다. 진심으로 행복해지고 싶은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행복’이라는 너무도 단순하고 평범한 말이 내 가슴을 쓰리게 하는 순간이 있으리라고는 결단코 생각한 적이 없었다. Happiness runs…

 

/1998. 3. 8. 0. 8.

 

+
18년쯤 전에 쓴 것이다. 이 글을 썼던 그 이른 봄날에 무슨 노래를 들었는지 나는 거의 기억한다. 노래 두 곡이 흐르는 동안이었는데 한 곡은 특히나 명확히 기억하고 있다. 조만간 그 노래에 대해 무엇인가 간략한 글을 쓸 생각이다. / 2016. 7.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