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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y “the Breast-bone” Harper 

<Stormcock>, Roy Harper
● 1971

 

Producer : Peter Jenner
Sound Engineers : John Barrett, Peter Bown, John Leckie, Phil McDonald, Alan Parsons, Nick Webb
Additional musicians : David Bedford, Jimmy Page

Stormcock is arguably Roy’s finest achievement. It contains four long songs, and to me it shows the very best of both Roy’s writing and playing ability. The songs are so strong that they are still played in live sets today. The album includes some very appropriate arrangements by David Bedford, and guitar by S. Flavius Mercurius, also known as Jimmy Page.

 

경솔한 마음의 잘못으로
어느새 죄를 이몸에 지녔도다
청정하신 신이여,
어여삐 여기시어 연민을 베푸소서.
<물종기에 걸린 사람이 바루나에게 용서를 비는 노래, 리그베다>

 

Roy Harper. 그를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쉽지가 않습니다. 그의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저려옵니다. 때로 부드럽고, 때로 격렬하고, 아름답게 울려퍼지다 추악한 목소리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Donovan의 목소리처럼 처량하게 울려퍼지는가 하면 Albert Hammond처럼 껄쭉한 목소리로 노래합니다.

하지만 더 깊은 목소리라고나 해야 할까요. 자신의 친구이기도 한 David Gilmour처럼 노래하는가 하면 Roger Waters처럼 뒤틀린 삶을 공박합니다. 장정일은 또다른 로이 – 로이 뷰캐넌을 가리켜 “그 자신이 기타였던 로이”이라고 했지만 난 그걸 그다지 믿지 않습니다. 로이 하퍼는 자신의 기타로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현을 울립니다.

 

 

Hors d’Oeuvres (8:37)
잔잔한 슬픔과 아름다움이 있는 노래입니다. 무심한듯 한음씩 낮아져 가는 기타 소리가 반복되며 무게를 더해가는 것 같습니다. 저음에서 가성까지 Harper의 목소리가 참 슬프게 이어집니다. 하지만 그의 노래에는 약함과 강함, 슬픔과 정열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스캣 창법으로 부르는 대목이 참 듣기좋은 곡입니다.

The Same Old Rock (12:25)
비장한 느낌을 갖게 하는 아름다운 소리ㅡ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특히나 빛을 발합니다. 보컬 파트는 한동한 장조의 잔잔한 멜로디로 이어지다 점차 단조로 바뀌어 갑니다. 보컬 시작 부분은 영국 민요 같은 느낌이 있는데, ‘슬픔과 평안’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감상이 함께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노래가 급격히 단조로 바뀌어가면… 미칠 것 같은 슬픔.
이 노래의 후반부는 꽤 격렬한 포크 기타와 보컬을 들려주는데 그것은 결코 ‘기승전결’의 절정이 아닙니다. 자연스레 터져나오는 감정의 폭발같은 격렬함이며, 내 마음도 그 폭발을 따라가는 기분을 갖곤 합니다.
이 앨범의 모든 노래에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만 적절한 베이스와 드럼이 사용되었다면 그야말로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기타와 그의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한 아름다움입니다. My breast bone harper…

One Man Rock and Roll Band (7:23)
반드시 성공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특이한 사운드를 가진 곡입니다. 블루스 록 풍의 곡임에도 보코더를 사용하여 목소리는 변조된 채 약간은 기계적으로 들립니다. 지미 페이지의 기타는 Led Zepplin을 연상케 합니다. 역시 드럼과 베이스를 사용하고 정상적인 세팅으로 녹음되었다면 상당히 멋진 블루스 넘버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큰 아쉬움이 있더라도 무엇이든 용서가 가능한(!) Stormcock입니다. Harper 자신은 이 곡에서의 지미 페이지의 기타 연주에 대단히 만족해 했습니다.

Me And My Woman (13:01)
슬픔 속의 Stormcock. 하지만 그 슬픔은 결코 나약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Neil Young이 사춘기적 감성으로 날카롭고도 깊은 외로움을 노래한다면 Harper의 노래 속에는 주체하지 못할 슬픔과 무르익은 열정이 배어 있습니다. 낮은 읊조림에서나 거친 고음에서나 텅빈 가슴에 공명을 일으키는 그의 아픈 목소리…… 가성으로 높게 올라가며 “Me and my little woman”이라고 노래하는 그 목소리를 듣노라면 그가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노래하는 것 같습니다. 그가 우는 게 아니라 내가 우는 듯한 느낌입니다. “Whatever Happened to Jugula” ㅡ 내가 그를 노래합니다.

 

그대 노래하는 이는
물속 한가운데 서있어도
갈증은 그로부터 사라질 줄 모르니,
어여삐 여기시어 연민을 베푸소서.
<물종기에 걸린 사람이 바루나에게 용서를 비는 노래, 리그베다>

 

1999. 6. 7.

PS.
(Peter) Jenner로부터 예방접종을 받아야 하겠습니다.^^

Her Breast-bone Harp

<Cruel Siste>,  Pentangle

 

포크 음악이란 무엇일까요. 어릴 땐 막연히 70년대 청바지를 떠올리며 통기타나 어쿠스틱 악기들을 사용하는 음악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여길 것이며, 그것이 전혀 틀린 생각은 결코 아닙니다.

그러나 제가 이해하는 포크 음악이라는 것은 민요와 구전가요의 전통을 이어받은 음악입니다. 따라서 그것은 옛음악의 계승이나 재현, 또는 발전이라는 형태를 가지며, 자연스럽게 어쿠스틱 악기들을 사용하는 것일 것입니다. 또한 전자악기나 드럼을 사용한다고 해서 포크음악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그 역시 편견이라고밖에 지적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의 포크음악은 ‘포크가수’로 불리우는 사람들에 의해 많은 오해와 왜곡을 불러일으켰음도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것이 반드시 나쁜 의미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라 해도 민요의 전통은 너무 많은 곳에서 ‘그대로 따라하기’이거나 아니면 정반대로 외면당해 왔기 때문입니다.

외국의 경우라 다른 면들도 많겠지만 Pentangle은 바로 그런 점에서 민요의 본질을 잘 파악한 포크 그룹이라 하겠습니다. 저는 그들의 네 장의 앨범을 들었습니다만 어느 앨범에서나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한결같았습니다. Pentangle에 관한 그러한 느낌들은 Omie Wise를 처음 듣는 순간부터 내 머리 속에 박혀버렸습니다.
Spirogyra나 Magna Carta, Mellow Candle, Clannad 같은 포크 그룹들의 특출함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Pentangle처럼 철저하게 포크의 전통을 이어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Spirogyra는 흔히들 말하듯 art rock적인 성격이나 록큰롤의 분위기를 함께 갖고 있으며, Magna Carta는 팝적인 성향이 많습니다. Mellow Candle이나 Clannad는 켈틱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면서 뉴에이지적인 성향과 팝적인 성향을 가지다 보니 때로는 얄팍한 면들도 발견하게 됩니다. Fairport Convention은 비교적 Pentangle과 비슷하지만 보다 현대적인 느낌이지요. 그런 면에서 Pentangle은 가장 영국적인 포크 그룹인지도 모르겠습니다.

 

 

Cruel sister 앨범 또한 민요와 구전가요의 전통을 잘 반영한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타이틀곡 Cruel sister는 유럽의 동화에서 가끔 발견할 수 있는 ‘엽기적’인 대목을 포함하고 있지만 슬픔과 비장함의 확대를 위한 장치로 이해하면 무리가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벌어지는 자매간의 이야기를 그린 이 곡에서 언니(Cruel sister)는 욕심과 질투로 동생을 바다 구경 시켜준다며 데려가 물에 빠져 죽게 합니다. 두사람의 음유시인이 해변에서 그녀의 시신을 발견하고 (좀 끔찍합니다만) 그녀의 breast bone과 three locks of yellow hair로 하프를 만듭니다. 그 슬픈 악기를 가지고 그녀의 집으로 가니 하프가 혼자서 구성지게 울려댄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곡입니다. Pentangle판 공무도하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누군가 Cruel Sister 앨범에 관한 리뷰에서 타이틀곡 Cruel Sister를 듣는데는 상당한 내공(?)이 필요하다는데 나는 내공이라는 건 손톱만큼도 없는 사람이지만 반복되는 리듬임에도 조금도 지루하지 않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단 네 줄의 노랫말(그것도 두줄은 늘 똑같은 것)을 조금씩 바꾸어 가며 같은 곡조가 무려 열아홉번이나 반복되지만 악기가 추가되면서 일어나는 미묘한 변화와 함께 가끔씩 등장하는 시타의 환상적이고도 미묘한 애드립이 그 지루함을 잊게 해주었습니다.

John Renbourn이 연주하는 시타는 이 곡에서 동양풍이 아닌 어쿠스틱 기타 스타일의 음계를 들려주는 것도 특이합니다. 더불어 Danny Thompson의 더블베이스는 단순하게 연주되면서 서러움을 더해주고 있으며, Terry Cox의 dulcitone(dulcimer의 변형?) 연주도 대단히 아름답게 들리는 노래입니다. 물론 Jacqui McShee의 보컬은 변함 없이 구성진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이 곡의 단순함과 지루함에 식상해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이들의 빼어난 악기 연주만으로도 충분히 즐겨 들을만한 Cruel Sister일 것입니다. 제가 들어보았던 Pentangle의 다른 앨범들에 비해 곡마다의 색채가 부족한 앨범이었지만, Cruel sister만으로도 나는 이 앨범을 가끔 듣게 될 것입니다.

그녀는 나의 자매 같은 느낌 – 하염없이 파도 속으로 잠기어 가던 breast-bone harp의 울림을 함께 나누며.

 

 

 

There lived a lady by the North Sea shore
(Lay the bent to the bonnie broom)
Two daughters were the babes she bore
(Fa la la la la la la la la la)

As one grew bright as in the sun
So coal black grew the elder one

A knight came riding to the lady’s door
He’d travelled far to be their wooer

He courted one with gloves and rings
But loved the other above all things

Oh sister will you go with me
To watch the ships sail on the sea?

She took her sister by the hand
And led her down to the North Sea strand

And as they stood on the windy shore
The dark girl threw her sister o’er

Sometimes she sank, sometimes she swam
Crying sister reach to me your hand

Oh sister, sister let me live
And all that’s mine I’ll surely give

It’s your own truelove that I’ll have and more
But thou shalt never come ashore

And there she floated like a swan
The salt sea bore her body on

Two minstrels walked along the strand
And saw the maiden float to land

They made a harp of her breast bone
Whose sound would melt a heart of stone

They took three locks of her yellow hair
And with them strung the harp so rare

They went into her father’s hall
To play the harp before them all

But as they laid it on a stone
The harp began to play alone

The first string sang a doleful sound
The bride her younger sister drowned

The second string as that they tried
In terror sits the black-haired bride

The third string sang beneath their bow
And surely now her tears will flow

 

/1999. 5. 10. 월.